지하철 방화사건으로 숨져 사체가 수습된 사망자 53명 중 44명의 신원이 19일까지 밝혀졌다.
덕분에 20일부터 일부 가족을 시작으로 장례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초기엔 절반도 채 안됐던 신원 확인자가 이같이 증가한데는 사체 훼손 정도가 심한데도 희생자에게 쉴 곳을 한시라도 빨리 마련해 줘야 한다는 가족들의 눈물 어린 발품 팔기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어머니를 잃은 이모(40)씨는 사고 발생 직후부터 비슷한 연령의 환자나 희생자를 확인하려고 병원마다 전화를 걸었지만 속시원한 답변을 얻을 수 없었다고 했다.
"대구시내 병원 20여개를 몽땅 뒤진 뒤 달성군까지 가서야 시신을 찾았습니다.
하루가 10년처럼 길었습니다". 김씨는 정말 긴 여행이었다고 했다.
칠순의 아버지를 떠나 보낸 또다른 이모(43.여)씨는 병원 20개를 돈 것은 물론, 아버지가 가던 동네 치과의사까지 동원해 치과기록을 내밀고서야 19일 시신을 찾을 수 있었다.
"사고 당일 하루를 꼬박 찾고 그 다음날 새벽이 되어서야 한 병원에서 아버지의 시신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행정 당국은 도와준다고 얘기만 했지 결국 모든 수고는 우리 몫이었습니다.
시신을 찾고 나서도 검찰의 허가가 떨어져야 인도가 가능하답디다.
무슨 절차만 그렇게 까다로운지… 정말 이토록 애태운 이틀은 제 평생 처음일겁니다". 이씨는 힘이 완전히 빠져 있었다.
육순의 모친을 잃은 박모(38)씨는 "당일 입고 나간 어머니 외투가 특이한 덕분에 시신을 찾을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사고대책본부 한 관계자는 "화재 사고여서 시신 확인작업이 늦어졌으나 모든 병원을 뒤지는 유족들의 헌신적 노력 때문에 사망자 신원 확인이 비교적 빨리 진행되고 있다"며, "유전자 감식 등 온갖 얘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현재로서는 유족들의 발빠른 자체 확인작업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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