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리차단 시스템이 급하다"

"기업 부실에 대한 책임을 기업주에게 끝까지 지우는 사회분위기가 하루 빨리 정립돼야 합니다".

19일 예금보험공사가 밝힌 지역 부실채무기업 전 경영주들의 비리 보도를 접한 윤종화(36) 대구참여연대 정책국장은 착잡한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윤 국장은 지난 2000년 10월 이순목 전 우방 회장을 횡령 등의 혐의로 대구지검에 고발한 주인공. 당시 공사비 과다계상을 입증하는 영수증 등 증빙 자료까지 첨부, 검찰에 이 전 회장을 고발했으나 검찰 수사는 2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하다는 것. 윤 국장은 "수사 중이란 답변을 담은 공문만 6, 7차례 검찰로부터 받았다"며 "이 전 회장 등 지역 부실기업 전 경영주들의 비리가 뒤늦게나마 '확인'돼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굳이 윤 국장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잘 산다'는 그릇된 풍조가 이번 예금보험공사의 조사 결과를 계기로 또 다시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온갖 수법을 동원, 비리를 저지르는 기업주들도 나쁘지만 이들 비리 기업주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사회시스템이 더욱 큰 문제라는 얘기다.

우방, 청구 등 대구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부도가 난 후 '피눈물'을 흘린 대구 시민이 수만명이나 됐다.

그러나 일부 부실기업의 전 경영주들은 특권층의 생활을 계속 향유하고 있다.

기업이 워크아웃 상태인 섬유회사 전 경영주는 경기도에 별장을 지어 노조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또 최근 화의에서 벗어난 한 기업은 골프장을 차려 물의를 빚었다.

기업이 부도난 한 기업인은 1년이 넘도록 경제단체장으로 버젓이 활동하기도 했다.

부도가 난 한 기업을 살리기 위해 대구지역 단체와 시민들이 본부까지 결성, 발벗고 나섰지만 그 기업의 경영주는 재산 은닉 등 비리 혐의로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다 공적자금 투입의 원인을 제공한 워크아웃 및 화의 기업체 회장 및 대표이사들이 국내와 해외에서 골프와 카지노, 호화쇼핑 등에 3년여 동안 개인카드로 수십억원을 사용한 사실이 감사원의 카드사용내역 추적 결과 확인돼 충격을 준 적도 있다.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자금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워크아웃 기업주와 경영진이 국내외에서 골프, 카지노, 귀금속 구입 등 사치·향락생활을 해온 것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의 극치라는 따가운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따라 기업인들의 모럴 해저드를 막을 수 있는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란 여론이 높다.

한 전문가는 "기업주는 물론 경영진이 회사를 사유물로 여겨 회사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는 등 '일탈행위'가 넘쳐나고 있다"며 "회사를 부실하게 만든 기업주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는 시스템 마련과 함께 기업인들 스스로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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