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닐 때 말썽을 많이 피워봤으니 말썽 피우는 녀석들 마음을 잘 알죠. 제가 몸이 불편하니 몸이나 마음이 일그러진 학생들을 이해하기도 나을 것 같구요".
20일 발표된 교원인사에서 미술과 신규 교사로 대구 덕화여중에 발령 받은 채정균(33·대구시 북구 산격2동)씨는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야 하는 1급 지체장애인이다.
사회 각 분야에서 맹활약하는 장애인은 많지만 교직은 직업특성상 장애인에게 쉽지 않은 분야. 대구의 1만9천여 교원 가운데 1급 장애인으로 임용된 경우는 아예 없을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채씨는 경북대 미술과 졸업을 앞둔 지난 98년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1년 동안 병원생활을 한 뒤 대학원에 복학했지만 고난은 그때부터였다.
아는 사람이 도와주지 않으면 계단 오르기는커녕 차에서 내릴 수조차 없었던 것. 그러나 그럴수록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많아졌다.
매사에 더 적극적으로 바뀌어갔다.
대학측과 다투기도 하면서 도서관, 단과대 등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는데 앞장섰다.
하지만 졸업 후 진로는 막막했다.
주위에 기대지 않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했다.
그때 떠오른 게 대학 때 교생실습 나갔던 일. "처음엔 너무나 긴장해서 등교하는 학생으로 되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학생 때보다 더 열심히 했고요. 한달간의 실습을 마치고 나올 때는 아쉬워서 교실에서 눈물까지 비쳤습니다".
임용고사 공부를 시작했지만 4층에 강의실이 있는 학원을 넉달이나 다니며 수강생들 중 가장 늦게 여자 화장실을 써야 하는 불편은 공부보다 더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날마다 웃는 얼굴로 4층까지 올려주던 학원 직원들의 고마움을 생각하면 중단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준비해 지난해 치른 임용고사에서는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좌절에 빠지기도 했다.
마음을 추스린 그는 차근차근 다시 준비, 마침내 올해 5대1의 경쟁을 뚫고 대구 임용고사에 합격했다.
22일 정식 임용장을 받게 되는 채씨는 설렘 이전에 아직 장애인을 맞을 준비가 되지 않은 학교와 교육청의 인식을 바꿀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교육청에서는 1층에 미술실이 있고 시설이 좀 더 나은 학교를 찾느라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다소 먼 곳에 배정했다고 하지만 그것부터 그에게는 불만이었다.
"한 식구로 받아들였으면 시설을 고치고 만들어서 더 잘 활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당연하잖아요. 학생들을 가르치는데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장애에 대한 교육계의 시각을 바꾸는 일에도 적극 나설 생각입니다". 사회 첫 걸음을 준비하는 채씨의 얼굴에는 장애의 그늘이 아니라 당당함과 의욕이 넘쳐나고 있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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