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방화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 수사본부는 사고가 난 1080호 전동차의 운행과 출입문 개폐에 필수적인 '마스터 키'가 꽂혀 있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1일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 마스터키를 뽑으면 출입문이 자동으로 닫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 문제는 해당 전동차의 대형 참사 원인을 밝히는데 결정적인 자료가 될 전망이다.
경찰에 따르면 마스터키는 그 후 안심 차량기지 기관사 사물함 근무복 주머니에서 발견됐다고 밝히고, 기관사 최성열(39)씨가 탈출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뽑아 주머니에 넣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기관사 최씨는 경찰에서 "습관때문에 마스터 키를 뽑아 점퍼에 넣은 뒤 비상키(CRS)를 열쇠함에 꽂아 수동조작을 통해 출입문을 열고 탈출했다"고 주장, 경찰은 실제로 객차 6량의 출입문이 모두 열려 있는지를 조사키로 했다. 그러나 매일신문 취재팀 확인 결과 현재 월배 차량기지에 있는 1080호 전동차의 문은 기관사가 탄 차량에만 열려 있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지하철 관계자는 "마스터 키를 사용하면 운전실 버튼만 눌러도 전 객차 출입문이 열리나 비상키로는 운전실 내부 쇠막대를 위로 제껴야 출입문을 열 수 있다"고 진술했다.
21일 브리핑에서 경찰은 또 최초 발화 전동차인 1079호 기관사 최성환(33)씨가 불이 난지 20여분 뒤인 18일 오전 10시15분쯤에야 휴대폰을 사용, 화재 사실을 처음으로 지하철공사 종합사령실로 통보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기관사가 불이 난 후 종합사령실과 무선통신을 제대로 유지하지 않고 상당 시간이 지난 뒤 휴대폰으로 통화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사고수습대책본부는 20일 7명의 장례식이 이뤄진데 이어 21일 9명, 22일 23명의 장례식이 이뤄질 것이라고 집계했다.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46명 중 장례일정이 잡히지 않은 사람은 5명이라는 것. 그러나 생존자 중 1명이 20일 추가로 사망, 신원이 확인된 전체 사망자는 54명으로 늘었다.
실종자 신원 확인을 위한 신고 가족 유전자 확인작업도 20일 시작돼, 이날 40명의 혈액이 채취된데 이어 21일에도 채혈이 계속됐다. 대책위는 실종 신고자 160여명의 이동전화 위치추적을 위해 정보통신부를 통해 관련 작업을 이동전화 3사에 요청, 21일 오후 늦게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사고 당일 오전 9시50분부터 1시간 동안 대구소방본부로 접수된 휴대폰 신고전화 170여건의 소지자 명단 파악에도 착수, 실종 관련성을 알아보기로 했다.
21일 오전까지 대책본부에는 452명이 실종신고됐다가 72명이 생존 또는 사망자로 확인되거나 이중 신고 및 부상자로 밝혀져 380명이 실종 신고된 상태라고 집계했다. 부상자는 133명이나 그 중 13명이 21일까지 퇴원했다.
대책본부는 사망자 1명당 100만원의 추가 위로금과 700만원의 장제비(신원 미확인자 500만원)를, 부상자에게는 1인당 30만원씩의 위로금을 지급키로 했다. 또 시립 화장장 및 묘지.납골당을 이용할 경우 수수료 면제 등 지원키로 했다.
이번 사고로 대구지하철은 영업손실 120억원, 전동차 손실 190억원, 시설손실 140억원 등 460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됐다.
◈ 지하철공사 사장 일문일답
대구지하철공사 윤진태 사장은 21일 오전 10시 사고대책본부 프레스센터에서 지금까지 언론에서 제기됐던 의혹들에 대해 해명했다.
―지하철본부에서 발견됐다는 마스터 키 의혹은?
▲마스터 키는 1080호 기관사의 근무처인 안심기지 사물함 근무복 주머니에서 발견됐다. 사고 후 기관사가 조사 받기 위해 경찰로 출두하려 사복으로 갈아입으면서 키가 안심기지 사무실 사물함에 있게 됐다.
- 사고 당시 정황은?
▲내가 사고를 처음 보고 받은 것은 오전 10시쯤이었으나 화재가 역에서 났는지 자동차에서 났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현실에 가까운 상황은 그 뒤 현장으로 가던 차 안에서 보고 받았다.
- 긴급상황 대처 체계가 엉망이었다는데?
▲시스템상에는 하자가 없다. 다만 당시 기관사의 대응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 인력 감축으로 사고 대응이 늦었다고 노조가 주장하지 않았는가?
▲서울 등 동종업체와 비교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중간 정도이다.
- 당시 정황에 대해 지하철 공사 직원들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
▲수많은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다보니 자신들의 생각이 섞인 것 같다. 사고현장 직원들은 바로 앞에 있는 동생의 얼굴도 못알아볼 정도의 정신적 공황상태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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