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대구 시민회관 지하철 참사 실종자 가족 대기실에서는 박재원(47.대구 국우동)씨가 긴 한숨과 눈물을 그칠 줄 모르고 있었다.
예천에서 평생 농사 지으며 살아온 아버지 박인환(67)씨와 어머니 이종금(65)씨를 이번 사고로 잃은 것.
신부전증을 앓는 어머니와 심장질환으로 고생하는 아버지는 영남대병원에서 한달에 한번씩 정기 진료를 받아 왔다고 했다.
부부는 사고 당일에도 평소처럼 오전 6시30분쯤 집을 출발했다.
오전 9시42분 대구역에 도착하는 무궁화호 열차를 타야 오후 4, 5시쯤 집으로 되돌아 갈 수 있기 때문. 손자까지 둔 노인들이었지만 92세의 노모를 모시고 사느라 대구 아들 집에 하룻밤 묵을 수도 없었다.
아들이 쉬었다 가라고 붙잡아도 "어머니가 기다리신다"며 귀가를 서둘렀다.
이런 효성으로 어머니는 지난해 군수상을 받기도 했다.
지하철 참사 소식도 박씨는 "설마 우리 부모님이 타셨겠느냐"며 흘려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오후 5시가 넘어 고향으로 여러차례 안부전화를 해도 받지않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열차 도착 시간과 지하철 참사 시간이 비슷했고 영남대병원에서도 진료를 받지 않은 것이 확인되면서 불안감은 더 커져 갔다.
놀란 가족들이 모두 나서서 19일 병원들을 찾아다니며 사망자.부상자 명단을 찾았으나 허사였다.
"부모님을 마지막으로 뵌 것이 지난 설이었습니다.
농사 지은 쌀과 채소 등을 싸 주며 '올해도 건강해라'시던 덕담이 마지막 인사가 됐습니다". 아들은 "충격 받으실까 봐 할머니에겐 말도 못 꺼냈다"며 "시신만이라도 찾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애원하다시피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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