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지하철 참사 종교계 추도문-천주교

대구 지하철 참사 희생자를 위해 기도하고 위로하는 마음을 모읍시다.

지난 18일 대구 중앙로역에서 일어난 지하철 사고를 보며 그 처참함에 할말을 잃고 우리는 누구를 어떻게 위로할 바도 알지 못하고 시간을 보냈으나 이제 정신을 가다듬고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게 애도의 정을 표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리는 바입니다.

21세기의 앞날을 자랑하는 이 나라 우리대구에서 왜 이토록 모진 재난의 시련을 지금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우리 가운데 그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참상이 우리에게 주어졌음은 사실이고 또 우리 모두가 받아들여야 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 지하철 건설 중에 상인동 가스 폭발사고로 백여명의 죄없는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고 이번에 또 이백여명의 사상자를 내었으니 지하철에 대한 우리들의 주의와 정성이 부족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것으로 우리는 받아들여야 할 뿐입니다.

생각하면 우리의 삶에 있어서 부족한 것이 어찌 지하철에 대한 관심뿐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들의 생활이 정직하게 정상적이고 성실하게 정의로웠느냐는 것을 우리는 이 기회에 다시 한번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겉치레에만 힘쓰지 않았는지 그리고 너무 적당하게 하는 습성으로 오히려 철저함을 비웃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안이한 처신을 하지 않았는지도 자문해야 할 것입니다.

잠시의 사소한 일 등이 모여 큰 사고를 내고 걷잡을 수 없는 재난을 불러오기도 한다는 것을 우리는 정녕 알지 못하고 있었다고 할 수야 있겠습니까?

이제 우리는 우리 각자의 삶을 가다듬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질서를 따라 철저한 삶을 사는 태도가 우리에게 되돌아오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우리와 또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이웃들과 함께 바르고 성실하게 사는 새로운 대구 시민 생활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이 사고로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사랑 가운데 안식을 누리기를 빕니다.

지면사정상 일부 내용을 생략했습니다.

2003년 2월 20일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천주교 대구대교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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