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대참사와 관련 매일신문 독자데스크와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국민들의 글이 물밀듯 쏟아지고 있다.
매일신문 인터넷 홈페이지(www.imaeil.com)에 올려진 네티즌들의 글을 몇편 싣는다.
편집자 주
◈슬픔 이기는 용기를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인들의 영전에 마음깊은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
동시에 유가족들에게도 애도를 표합니다.
신이 있으시다면 가신 분들에게는 고통없는 안식을 누리도록 하여주시고 남은 분들에게는 아낌없는 위로와 슬픔을 이길 수 있는 용기를 베풀어 주소서. 고통없는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소서. 슬픔을 누를 길 없는 독자가 영전에 바칩니다.(ID:이호연)
◈간 발의 차이로 목숨 건져
어제 그 사고 현장에서 간발의 차이로 목숨을 건졌다고 할 수 있는 한 시민입니다.
학원수업을 마치자 마자 명덕역으로 갈 일이 있어 지하철을 이용하려고 한일극장 지하도로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하도 문이 닫혀 있고 어떤 한 아저씨가 급하게 나오는 장면을 봤습니다.
곧 사방에서 앰뷸런스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까지만 해도 상황의 심각성을 몰랐습니다.
마침 친구와 약속이 있어 같이 밥도 먹고 영화도 봤습니다.
하지만 아는 친구가 사망자명단에 나온다고 친구들에게 전화가 오고 친구가 매일신문에 나왔습니다.
그 친구 혼자만 살고 나머지 가족들은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고. 조금 서둘렀으면 나도 그 속에 있었겠거니 하고 생각하니 밖에 나가는 것이 무섭기까지 합니다.
너무나 슬프고 무섭습니다.(ID:별이다)
◈국화 한송이 맘에 담아
어느날 갑자기 일어난 지하철 방화사건. 내가 매일 걸어다니던 곳, 타고 다니던 지하실에서 사고가 났다는 것만으로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눈물나고 가슴이 아픕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어둡고 컴컴한 곳에서 가족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화 통화한 내용을 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군요. 정말 열심히 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런 불행이 오는 것인지. 오늘 하루 저의 마음도 차분해 집니다.
저는 아무런 직책도 명분도 없는 그냥 보통사람입니다.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고인들의 명복을 위해 오늘저녁, 국화 한 송이에 맘을 담아 놓아 드리는 것 뿐입니다.(ID:이은형 t-i78@daum.net)
◈아이들 희생 더 큰 슬픔
아직 세상의 빛을 다 느껴보지 못한 우리 아이들, 그 아이들이 사고에 희생되다니 도대체 무슨 날벼락 같은 일인지.... 아직 자기 의사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어른들처럼 살려달라는 말 한마디도 못하고 그냥 배고플 때처럼 울기만 했을 우리 아기들. 5살짜리 아기 엄마로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 못해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세상의 어른들이 저질러 놓은 이 현실 속에서 아기들은 그냥 울기만 했을겁니다.(ID:조정미 cjmd1217@hanmail.net)
◈슬픔 앞서 분노가 먼저
먼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대구서 태어나 자라고 배우고 그리고 서울 온지 9년 되었습니다.
고향에 있는 가족, 친구, 아는 사람 모두가 눈 앞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아는 분의 동생이 그곳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돌아가셨답니다.
이젠 슬픔에 앞서 분노가 일어납니다.
이런 일들이 왜 일어납니까. 소외된 자들의 분노입니다.
그 분노가 자기 몸에 불을 붙이지만 피해자는 아이러니하게도 비슷한 처지의 이들입니다.
가진 자들은 사람 많은 곳은 가지 않습니다.
우린 언제까지 우리의 분노를 우리에게 쏟아 부어야 하는지 슬플 따름입니다.
이 세상에 발을 딛는다는 게 얼마나 큰 모험인지 두렵습니다.
지금 내 고향 대구가 너무 슬픕니다.
그곳에 계시는 분들 모두 힘내시기를, 이 말밖에 못하는 저를 용서하십시오. (ID:단풍)
◈모두가 내 이웃 내 가족
불행한 사고로 인해 죽어간 고인의 명복을 빌며 가슴 아파하고 있는 유가족들에게 어떤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항상 이런 사고를 접하면서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왜 한사람의 잘못으로 수많은 이웃들이 고통받고 아파해야 하는 건지, 왜 우리들은 그 한사람의 고통을 그냥 팽개쳐뒀었는지. 우리들이 조금만 서로에게 관심과 정을 나누면서 살아간다면, 모두가 내 이웃이고 내 가족이란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이런 안타까운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지난번 중국민항기 사고로 고모님을 포함하여 수많은 친척일가를 잃고 이번엔 사돈 일가의 실종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한사람의 실수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가고 유가족들의 아픔과 슬픔을 보며 현재 국외적으로 이라크전이니 북한핵이니 불안한 사건들이 많은데 절대로 이 땅위에 전쟁이 사라지길 간절히 바라봅니다.(ID:홍정근)
◈희생자 가족들에 위로금을
불이 나고 암흑천지로 뒤덮인 지하공간에서 얼마나 두려웠을까요. 시신들이 입구쪽에 뭉쳐 엉켜있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가슴 아팠습니다.
우리의 아까운 생명들에게 따뜻한 햇살을 한줌이라도 나누어주면 좋을텐데. 우리는 어처구니없이 떠난 안타까운 생명들을 대신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모두 로또복권에 당첨되지 않았다고 허무해하지 마세요. 고단하고 똑같은 하루지만 아침에 눈뜰 수 있는 것 하나만으로도 일확천금에 당첨된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로또복권살 돈 있으면 우리모두 절망에 빠져 주저 앉아있는 가족들을 위하여 위로금으로 보내는건 어떨까요. 다시한번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ID:aphrodite Aether0581@freechal.com)
◈위기 이겨내는 지혜를
대구에는 큰 참사가 자주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구 시민들은 잘 이겨왔습니다.
상인동 가스폭발사고, 지하철 공사장 붕괴때에도 시민들의 힘과 땀,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이름 모르는 다른 사람을 구한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대구 사람들은 경상도 사람들이라서 화도 잘내고 한다지만 또 다른 면에는 이런 큰 사고도 잘 이겨냈습니다.
사고로 이 세상에 없는 사람들의 슬픔은 말로 표현을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기쁨은 같이 하면 두배가 되고 슬픔은 반으로 줄어든다는 말도 있습니다.
분향소를 방문하지 않더라고 말 한마디라도 고인이 된 사람들의 넋을 위로해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자원봉사자분들께 감사를 표했으면 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ID:산골 ioftss@yahoo.co.kr)
◈이젠 '대충대충' 사라져야
뉴스를 보며 나오려는 눈물을 가족들 보기 창피해 삼켜야 했습니다.
고인들이 죽음의 순간 겪었던 고통에 대한 동정과 범인에 대한 분노가 뒤섞여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기 힘들었습니다.
만약 내 가족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식은땀마저 나옵니다.
하지만 지금 이런 참사의 고통을 당하고 있는 가족들이 실제 존재한다고 생각하니 죄송스러운 마음마저 듭니다.
이제는 정말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여 모든 걸 만들었으면 합니다.
대충대충해도 빨리만 하면 된다는 사회분위기는 사라져야 합니다.
벌써 몇 번째입니까? 백화점이 무너지고 다리가 끊어지고 가스가 터지고 복개판이 떨어지고. 이제 정말로 빨리빨리만 하면 만능이라는 사회분위기를 바꾸어 멀리 내다보는 지혜를 가져야겠습니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ID:스카이블루 hskang@skyblu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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