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참사가 발생하던 날 야간근무를 마친 대구지하철 안심기지사업소 검수팀 안현기(45)씨는 대부분의 사망자를 낸 1080호 전동차에 올랐다.
그리고 중앙로역에 도착하자 지하철 문이 열리면서 승객들이 승하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순간 검은 연기가 전동차 내부로 확 몰려들더니 갑자기 출입문이 닫혔다.
긴박하게 주위를 살피니 맞은편 선로에 먼저 도착해 있던 1079호 전동차 일부가 불 타면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
전동차 안에 연기가 많아질수록 승객들의 동요도 심해졌다.
출입문을 열어 달라는 목소리도 거셌다.
그때 안씨는 좌석 아래에 있는 비상 코크를 찾아내 수동으로 문을 열었고 상당수 승객들이 우루루 쏟아져 나갔다.
안씨도 옷 소매로 입을 막고 탈출, 현재 영남대병원에 입원해 있다.
동산병원에 입원 중인 조쌍묵(40·여·신천동)씨는 11세·13세짜리 아이들까지 데리고도 비상 코크 덕분에 전가족의 생명을 건진 경우이다.
아이들 봄방학을 이용해 신천역에서 1080호 전동차를 타고 앞산공원으로 놀러가던 중 위기를 맞았으나 어떤 남자가 비상코크를 열어 빠져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조씨는 비상코크가 열렸을 때 자신도 따라 밖으로 나갔다가 워낙 컴컴해 전동차로 되돌아 오기까지 했으나 연기가 심해지고 대피하라는 방송이 나와 그 사이 닫혀버린 문을 손으로 열고 탈출했다고 했다.
조씨는 기관사가 조금만 더 빨리 대피토록 방송했어도 피해가 줄었을 것이라며 정작 방송이 나올 때는 이미 대부분 사람들이 기진맥진해 있었다고 전했다.
대구 지하철 참사로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지만, 위의 사례들은 승객들이 비상시 대피요령만 알고 있었더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평상시라면 승객은 전동차 객차 출입문을 마음대로 열 수 없다.
그러나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스스로 문을 열 수 있어야 한다.
이럴 때를 위해 객차 의자 아래에 수동으로 문을 열 수 있는 비상코크가 설치돼 있는 것. 지하철 전동차에는 객차당 4개씩의 비상 코크가 준비돼 있다.
출입문마다 장치해 놓은 것. 사용법도 선 높이에서 바로 읽을 수 있도록 출입문 옆에 붙여져 있다.
대구지하철공사 정경일 기술담당 과장은 "대부분의 비상코크는 출입문을 한 개씩 열 수 있게 돼 있으나 진행 방향에서 3번째의 비상코크는 한 객차 전체의 출입문을 동시에 열도록 장치돼 있다"고 말했다.
비상코크 외에 전동차 출입문을 수동으로 열 수 있는 방법은 기관사가 운전실에서 출입문 수작동 단추를 누르는 것뿐이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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