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무기력 대응 분통
대구지하철 대참사와 관련한 시민들의 궁금증이 드디어 지하철공사 종합사령실로 쏠리고 있다.
그같은 사태에는 방화자가 가장 큰 원인 제공자이고 기관사에게도 과실 혐의가 발견되고 있지만 지하철 운행을 총괄 지휘해야 하는 사령실에도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무기력했던 운전사령실 = 사고 당일 오전 9시 운전사령실. 3명의 근무자가 전방의 22개 모니터로 전동차 운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운명의 시간인 오전 9시52분45초가 되자 안심 방향의 1079호 전동차가 반월당역을 거쳐 중앙로역에 들어섰다.
담당자는 모니터에 비춰진 1079호 전동차의 맨 앞과 맨 뒷부분 화면을 잠시 봤지만 유심히는 못봤다고 했다.
녹화된 당시의 CCTV 테이프에는 오전 9시53분7초에 1079호 전동차 출입문이 열리면서 승객들이 승하차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 5초 뒤 방화범이 몸에 불이 붙은 채 전동차 밖으로 뛰쳐 나왔다.
그러나 운전사령실 근무자들은 그 장면을 못봤다고 했다.
9시55분쯤엔 중앙로역의 한 역무원으로부터 "불이 났다"는 연락이 왔다.
순간 근무자들의 시선이 모니터쪽으로 쏠렸다.
하지만 모니터 한 대의 화면이 꺼져버렸다.
당황한 운전사령실 근무자들은 종합사령팀장에게 화재 발생 사실을 보고한 뒤 각 전동차에도 알렸다.
이때쯤엔 먼저 도착한 1079호 전동차 곳곳이 불타고 기관사는 승객 몸의 불을 꺼주려 소화기를 사용하고 있던 중.
결국 이때도 종합사령실은 전동차 화재인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근무자들은 주장했다.
다급한 상황인 줄도 모른 운전사령실이 할 수 있었던 일은 기껏 각 전동차에 연락을 취하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오전 10시2분이 돼서야 1080호 기관사에게 대피를 지시할 수 있었다.
그 2분 후 1080호와 한번 더 교신을 시도했으나 응답이 없었다.
같은 시간 1079호 전동차 호출도 무위로 끝났다.
그 시각 중앙로역에서는 벌써 대량 사망이 진행되고 있었다.
◇다른 사령실은 뭐했나? = 전동차에 전기 공급이 안된다면 이는 전력사령실 소관. 이 사령실 모니터에는 오전 9시57분7초쯤 중앙로역 두 전동차 단전 경고등이 들어왔다.
잠시 후 역사 내 전기시설 기능 장애 경고등도 붉어졌다.
동시에 신천·반월당·영대병원 등 3개 변전소 변압기 이상을 알리는 신호도 나타났다.
비상상황. 1080호에 비상 전원 공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전동차와 사령실 사이의 통신을 관리하는 통신사령실 한 관계자는 "그 사이 교신내용은 평소에도 엄청나게 시끄럽게 들려 귀담아 들을 상황이 못된다"고 했다.
사고 당시 상황이 급박했더라도 근무자가 상황을 놓칠 수 있을 정도라는 것.
더욱이 오전 9시54분 통신사령실에는 중앙로역 구내 통신 설비 이상을 알리는 경고등이 켜졌다.
9시55분 중앙로역 구내 통신분소에 연락해 이상 유무 확인을 요청했으나 별다른 후속 조치는 취할 수 없었다고 했다.
지하철역 구내 시설 상황을 점검하는 설비사령실에도 오전 9시55분 중앙로역 현장수신반의 자동기계장치에서 화재가 감지됐다는 신호가 들어왔다.
그 즉시 자동 배연설비가 가동됐고 사령실에선 이를 중앙로역 역무원에게 통보하며 출동을 지시했다.
근무자들은 배기시스템이 이날 정상 작동했다고 주장했다.
평상시엔 역의 송풍·배기 시스템이 함께 돌아가지만 화재가 나면 배기 시스템만 운영된다고도 했다.
◇경찰 수사 = 그러나 위의 설명과 주장은 모두 사령실 사람들로부터 나온 것이다.
반면 시민들은 위와 같은 무력한 사태가 어떻게 빚어질 수 있는가 의심스러워 하고 있다.
그걸 밝히는 것은 경찰의 몫으로 돌아 가 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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