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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참사-전동차 1080호 비극의 진실

독자제보, 경찰 조사, 매일신문 기자의 기관사 직접 인터뷰 등을 통해 엄청난 피해를 낸 1080호 전동차의 당시 상황이 명확히 드러났다.

이 대참사는 종합사령실의 잘못된 상황 판단, 기관사의 별탈 없겠지 하는 안일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빚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대구역 출발 직전=기관사 최상열(39)씨는 대구역에서 중앙로역으로 출발하기 직전인 오전 9시55분쯤 종합사령실로부터 '중앙로역에 화재가 났다'는 무선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단순히 주의 운전하라는 정도의 교신으로 판단, 전동차를 그대로 운행했다.

종합사령실도 중앙로역 상황을 잘 몰랐던 듯 중앙로역으로 조심해서 진입하라고만 통보했다.

시계에 따라 시간에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중앙로역 CCTV 화면에서는 9시53분20초쯤에 이미 불이 나 시계가 허옇게 변해 있던 상황이었다.

"전동차가 대구역을 출발하면서 잠시 주춤거렸고 '기계 고장으로 잠시 출발이 지연되고 있으니 내릴 분은 지금 내리라'는 안내방송을 했다"는 독자 제보가 사실일 경우, 최 기관사도 이때 중앙로역 화재 문제때문에 망설였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또 최씨는 대구역을 떠나 중앙로역 40여m 앞에서 연기를 발견하고도 정차나 후진 등 조치를 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진행했다.

진행에 집중해 있었고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만큼 중앙로역에서 승객을 승하차 시킨 뒤 출발하면 충분히 빠져 나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탈출-복귀=최씨는 중앙로역에서 자동으로 문이 열려 승객들이 오르내리는 사이 연기가 들어오고 "문을 닫으라"는 일부 계속 여행 승객의 요구가 있자 수동 조작해 곧바로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잠시만 기다리라, 곧 출발한다"는 안내방송을 한 뒤 종합사령실과 무선교신을 주고받으며 조치를 요구하는데 매달리고 있었다.

이 와중에서 전동차 전력이 3차례 가량 끊겼다 연결됐다 반복됐으나 최씨는 전동차를 출발시키려고 계속 시도했다.

그러던 중 전력이 완전 차단되자 "사고가 났으니 밖으로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을 한 뒤 수동으로 버튼을 조작해 모든 객차의 전체 출입문을 열었다.

그리고 자신도 인접 객차 승객들과 함께 탈출했다.

하지만 전동차를 벗어나 2층으로 오르는 계단까지 갔던 최씨는 곧바로 운전실로 되돌아갔다.

그리고는 마스터 키를 계속 돌려가며 전동차 운행을 재차 시도했다.

그래도 뜻대로 되지 않자 최씨는 그제야 키를 뽑아 든 뒤 최종 탈출했다.

그 직전까지만 해도 모든 객차의 출입문은 열려 있던 상황. 그러나 마스터 키를 뽑자 객차 문은 모두 닫혀 버리고 말았다.

최씨가 마지막으로 탈출할 때 인접 객차에 있던 일부 승객들도 함께 밖으로 나와 생명을 구했다.

반면 뒤쪽 객차에 있던 승객들은 상황을 제대로 몰랐거나 이미 독가스에 질식돼 갇혀 있다가 목숨을 잃었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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