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클릭-문화재 절도와 대책

"곳곳에 문화재가 널렸고 절도범들의 범행은 교묘한데 비해 보호장치는 허술하기 짝이 없어 도난예방이 어렵기만 합니다".

경북 문화재 보호와 관리업무를 총괄하는 경북도 문화예술과 김상준 문화재관리담당의 고민이다.

문화재전문 범죄꾼들의 범행이 교묘하고 경북전역이 문화재 지역이라 할 수 있는 반면 경비는 허술하기 그지없기 때문.

▨문화재도난 사례

주요 민속자료 제189호로 마을 전체가 문화재로 지정된 경주 양동 민속마을. 이 마을은 지난해 9~11월 석달 사이에 무려 1천여권이 넘는 고서적과 유물 9점을 잇따라 도난당했다.

월성손씨 종택 서백당에 보관중이던 62종 306권과 여강이씨 종택 무첨당의 유물 9점이 없어졌고 1개월 뒤 또다른 4가구에서도 1천여권의 고서적들이 털렸다.

양동마을에는 국보 283호인 통감속편 24권6책과 보물 1216호 '손소영정' 1폭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재가 보관된 역사의 산교육장. 이두원(54)이장은 "양동마을에는 수시로 고서적들이 도난당했다"고 불안해 했다.

지난해 1월에는 영양군 입암면의 한 종가에서 고서적과 문집.고가구 등 100여점을 도난당한데 이어 두달뒤인 3월에 역시 일월면의 한 종택에서도 고서적.문집 200여권과 놋등잔.서랍장 등이 털렸다.

영양의 야성정씨 종손 정모(51)씨는 "보안장치가 안돼 불안하다"고 걱정했고 모 문중종가를 관리하는 박종현(65.안동시)씨도 "사람이 집을 비우면 무방비 상태"라며 도난을 우려했다.

영양군 김동걸 학예연구사는 "문중보관 문화재의 보존을 위해 정부나 지자체에서 통합 관리하는 방안마련과 예산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문화재 곳간인 경북을 노리는 전문꾼들이 넘치면서 지난해 경북에서는 297점의 문화재가 도난당했다.

지난 9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도난된 569점과 비교, 절반이 넘는 것으로 지난해 피해가 어느 때보다 컸음을 드러냈다.

IMF 직후인 98년 153점보다 배 가까운 피해였다.

▨문화재도난 방지대책

문화재 보고(寶庫)인 경북의 문화재 보호와 관리에 이상이 생김에 따라 경북도와 문화재청이 올부터 다양한 대책을 마련, 문화재 지키기에 발벗고 나섰다.

그러나 전국 문화재의 20%를 차지, 전국 제1의 문화재 보유지역인 만큼 전문 도굴꾼이나 절도범들의 집중표적이 되지만 경북도의 문화재 관련예산은 98년이후 5년만에 처음으로 감소, 관리차질 등 우려를 낳고 있다.

우선 문화재청은 이달들어 경주 양동마을 도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문화재청은 정신문화연구원에 400여점의 문화재를 위탁.보관 및 도난방지용 금고대여를 실시한데 이어 추가위탁을 유도키로 했다.

또 사적관리 요원 1명을 파견중인 경주시에 추가인원의 확충배치와 공익 근무요원 등을 활용한 주.야간 순찰강화를 지시하고 경찰순찰과 관리강화 및 주민신고를 요청했다.

문화재청 매장문화과 지병목씨는 "소장자들에게는 소장 문화재의 목록과 사진자료 확보, 도난시 즉각신고와 함께 해당문화재의 불법유통 방지와 회수에 도움되도록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이와 함께 국가지정 문화재에 대해 지난해 11월부터 2개월간 실태조사를 벌이고 이달초 도난방지를 위해 개별소장.관리문화재의 국.공립박물관 등 공공기관 위탁과 진본의 영인본(모사도) 제작을 추진키로 했다.

노후 동산문화재 경우 방범시설의 설비개선을 강화키로 했다.

경북도 역시 문화재 도난발생 원인을 분석, 도난대책으로 △26개단속반운영△사법경찰관리 49명 지정△명예관리인1천215명 지정△유물전시관 21개소설립△CCTV50개소설치△무인경보시설보급△보관금고보급△관리인 채용권장 등을 마련, 추진키로 했다.

▨문화재 문제점

그러나 아직 소장자 인식부족으로 위탁사업 실적은 미미할 뿐이다.

문화재청이 최근 조사한 국보.보물 등 725건의 동산문화재의 위탁보관은 101건에 불과했다.

국학진흥원 임노직 연구원은 "경북 북부지역 50여 문중의 고서적 등 3만여점을 위탁받아 관리중이나 기탁률이 5%에도 못미치고 엄청난 문화재들이 종가나 개인이 소장, 통합관리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 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 경북도의 문화예산은 오히려 줄었다.

도는 올해 문화재 보수.관리를 위한 611억원(국비352억원과 지방비259억원)을 확보해 모두 288건의 사업을 추진중이다.

지난해 624억원보다 13억원이 감소한 것.

도는 절도범들의 표적인 경주 양동마을에 31억4천300만원을 비롯, 불국사.기림사 유물전시관 건립에 22억원 투입 등 시.군별로 각종 문화재 보존을 위한 사업들을 펼치기로 했지만 앞으로 차질도 예상된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경북도의 문화재 보존관리 예산은 지난 98년 281억원에서 매년 눌었으며 (99년 306억원 2000년 409억원 2001년 423억원) 지난해 624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