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이 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 현장인 중앙로역 구내를 지나치게 빨리 정리, 실종자 유해.유물 수습이 큰 어려움에 빠졌다. 더우기 지하철공사는 이때 수거된 유류품과 화재 쓰레기들을 트레일러 2대에 실어 안심 차량기지에 부려 놔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개구리소년 유해 발견현장에서 초기 대응 미숙으로 수사 단서를 놓쳤던 당국이 또다시 이런 잘못을 저지른데 대해 유족들은 물론 시민들까지 분노하고 있다.
23일 대구지하철 안심 차량기지 주차장에는 중앙로역 유류품 등이 수백개의 대형 포대에 수북히 담겨 버려져 있었다.
포대들은 나일론끈 등과 뒤엉켜 있었고, 인근 담장 밑에는 포대에 조차 담지 않은 대형트럭 1대분이 뒤범벅돼 쓰레기로 쌓여 있었다. 소화기, 불에 탄 전동차 철골 및 내장재 등도 있었고 검은 잿물같은 것이 더미 곳곳에서 배여 나오기도 했다.
이는 지하철공사가 지난 19일 중앙로역을 물 청소하기 전 수거해 20, 21일 이틀간 트레일러로 실어다 야적한 것. 차량기지 관계자는 "지하철공사 본사 요청으로 월배 차량기지에서 트레일러로 실어왔다"며 "유류품인지 설명이 없어 전부 화재 쓰레기인 줄 알았다"고 했다. 22일부터 비가 내려 겨우 그 위해 비 막이용 천을 덮었다는 것.
이에 앞서 23일 새벽 2시쯤엔 중앙로역 플랫폼에서 지하철 운행 저지 농성을 하던 대학생 김모(31)씨가 1080호 전동차 뒷부분 정차지점에서 희생자 유류품 20여점을 발견, 실종자 가족 대책위가 관련 기자회견을 여는 등 크게 반발했다. 발견된 유류품은 주민등록증.학생증.TTL카드.의료보험카드.장애인카드 등이며, 대책위는 일부가 뼛조각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국과수 이원태(50) 단장은 23일 중앙로역에서 가진 정례 브리핑을 통해 "방사선검사 결과로는 인체 조직의 일부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물리학적 방법 등을 이용해 좀더 면밀히 조사해 뼛조각인지를 규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사고 수습대책본부와 지하철 공사, 검찰.경찰.소방 등 관계자들은 사고 당일인 18일 밤 사고 현장에서 긴급 협의를 갖고 사고 전동차를 월배기지창으로 옮기기로 결정, 밤 9시30분부터 이송작업에 들어갔다.
또 19일 오후부터는 군인 200여명과 지하철 공사 직원 100명 등 300여명을 투입해 현장 잔재물을 마대 300개에 담아 안심 차량기지로 옮겼으며, 같은 날 대대적인 물 청소를 하고 중장비까지 동원한 긴급 안전진단에 착수했다.
게다가 22일에는 추가 유해.유물 수습은 물론 정밀 안전진단이 끝나지 않고 조명조차 제대로 없는데도 지하 3층 플랫폼까지 일반 시민 출입을 허용, 사고 현장은 더 훼손됐다. 현장 정리 초기 실종자 가족들은 현장 보존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대책본부와 경찰은 외면했다.
사고 현장 훼손 문제로 실종자 가족과 시민단체들이 23일 강력히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서자 대책본부와 경찰은 이날부터 중앙로역 복구공사 및 일반인 출입을 전면 중단했다. 또 24일 오후에는 이곳에 대해서도 전동차와 같은 방식으로 유해 수습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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