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차 안에 있는 유해 대부분의 훼손 상태가 심해 유전자 검사를 위한 DNA 추출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의 신원 확인 작업에 난관에 부딪혔다. 이런 가운데 중앙로역에서는 지나치게 빠른 현장 정리 작업으로 유물.유해 추가 수습 가능성이 말소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유물에 기대야 할 듯 =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집단사망자 관리단 측은 현재 새벽 3시까지 유해 수습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훼손 상태가 극히 심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원태(50) 단장은 23일 "전동차 안 유해 절반 이상이 완전히 불에 타 가루가 됨으로써 유전자 감식에 필요한 DNA 추출이 어렵다"며, DNA.지문.치아 등을 활용해 신원을 명확히 밝혀낼 수 있는 '단정적 기법'의 구사에 한계가 확인된 만큼 유류품을 활용해 추정하는 '추정적 기법'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발견되는 유류품도 생존자의 것일 수 있어 추정적 기법에도 난관이 적잖을 전망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 법의학교실 이윤성 교수는 "DNA 추출이 가능한 시신이라면 한달이나 한달 반 사이 신원을 알아낼 수 있으나 시신이 심하게 불 타면 단백질.DNA 등이 응고돼 유전자 검사가 극히 어려워진다"며 "유류품은 추정적 단서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종자 가족들이 실종자의 치아검사 자료 등 생전 진료기록을 제출하는 등 신원 확인 작업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태 단장은 이날 또 "상태가 그나마 나은 상당수 유해도 심하게 조각 나 한 사람인지 두 사람인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이런 유해는 조각들을 짜맞춰 실종자 가족들이 제공한 신체적 특징 정보와 대조하면서 유류품 일치 여부도 활용해 신원을 확인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작업을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실종자 가족 혈액 채취는 23일 오전 끝났으며, 가족별 가계도 작성 및 유전자 검사는 10일 안에 마무리할 것이라고 했다.
이 단장은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와 달리 이번 참사에서는 심하게 불 탄 시신이 많아 최종 신원 확인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1080호 전동차 중 희생자가 가장 많을 것으로 관측되는 6호 객차에서는 가로 70cm 세로 1m 크기의 44개 구획, 5호 객차에서는 비슷한 크기의 48개 구획으로 나눠 수습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나머지 1~4번째 객차 구획은 16개씩으로 나뉘어졌다. 국과수 관계자는 1개 구역 작업에 5~6시간 걸린다고 했다.
◇중앙로역 문제 책임 전가 = 현장 보존 실패가 문제되자 관련 기관들은 서로 책임을 미루고 나섰다.
전동차 조기 견인 결정에 대해 조해녕 시장은 23일 "국과수에서 신원 감식이 어렵다며 월배기지창 견인을 원했고 검찰 등 수사기관이 최종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류광희 대구경찰청장은 "감식이 덜 끝난 상황이어서 감식을 끝내고 이송하자고 반대했으나 대구시가 '옮기자'고 강력히 요구해 응했다"고 주장했다. 현장에 있던 검사도 처음에는 "감식이 끝나지 않은만큼 견인하면 안된다"고 반대하다 결국 이송 지휘를 내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과수 관계자는 "우리 1차 감식반은 18일 현장에 없었고 19일에야 현장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 이전에 대구시와 전화 협의했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국과수의 첫 현장 감식은 사고 전동차 견인이 완료된 19일 오전 도착한 감식팀 4명에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책임회피에 대해 실종자 가족 등은 "대구시가 조기 사고수습과 지하철 재개통에 급급해 무리하게 일을 진행시킨 혐의가 짙으나 서툴게 이에 동의해 준 수사기관에도 문제가 있다"고 모두를 비판하고 있다.
◇갈등 확산 조짐 = 한편 실종자 가족과 시민단체 대책위 관계자 등 1천여명은 23일 오후 4시30분쯤 시민회관 대강당에서 서둘러 물 청소를 한 것과 유류품 추가 발견으로 드러난 대응 소홀성에 대해 조해녕 시장이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이에대한 답변에서 조 시장은 "유류품 발견에 대해서는 아직 보고를 못받았고 물 청소와 관련해서는 유류품 수거가 끝나 청소하겠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종자 가족 등은 각서를 요구, △복구 공사는 유족대표들과 합의한 후 재개한다 △실종 신고자의 사망 인정제도(호적법 제90조)와 관련한 제반 조치는 시장이 적극 추진한다 △전동차 제작 시방서와 지하철 1.2호선 설계도를 대책위 대표에게 공개한다는 등 4개 항목의 합의문안을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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