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당 대표직을 사퇴하고 대표직을 승계한 정대철 대표가 지도부의 전원사퇴를 공식 제안해 당 지도체제 개편과 개혁 작업이 전기를 맞고 있다.
한 대표는 23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롭게 등장한 역사의 주역들에게 당 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주기 위해 당 대표직을 떠난다"며 당 대표직을 전격사퇴했다. 한 대표는 "대표직 사퇴에 대한 만류도 많았지만 대표로서 소임을 다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표직 고수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민주당의 개혁은 합리적이고 함께하는 개혁이어야 하며, 개혁 주체의 외연을 넓히고 개혁의 대상을 분명히 해야 국민들도 함께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 대표직은 최고위원 서열 2위인 정대철 최고위원이 자동 승계했다.
정 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책임은 한 대표 혼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전부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현 지도부의 전원 사퇴를 제안했다. 정 대표는 그러나 "현재는 특검법 등 중요한 정치 현안이 있기 때문에 당장 사퇴하는 것은 수순이 아니다"고 언급, 지도부 사퇴 및 임시지도부 구성과 개혁안 처리 문제 등은 당무위원회와 의원총회 논의 등을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한화갑 대표 사퇴 배경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23일 대표직에 오른지 10개월만에 조기 사퇴했다. 한 대표는 대선과정에서 노무현 당선자를 비롯한 선대위와 잦은 마찰을 빚었고, 후보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주류측으로부터 지속적인 사퇴압박을 받아왔다. 그는 최근 신주류측을 겨냥해 '개혁독재'라고 비난하며 정면대응할 뜻을 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신정부 출범에 맞춰 "민주당이 개혁으로 거듭나는 길에 한 톨의 밀알이 되겠다"며 대표직을 내놓았다.
▲의미=한 대표의 사퇴는 민주당내 권력 이동을 몰고 올 전망이다. 구심력을 잃은 구주류의 퇴조가 가속화되고 신주류가 노 당선자와 호흡을 맞춰 당을 이끄는 모양새가 예상된다. 한 대표는 사퇴서에서 "대표직을 떠나는 것은 새롭게 등장한 역사의 주역들에게 당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 대표의 사퇴는 김대중 대통령의 퇴임과 함께 '동교동계의 종언' 신호이기도 하다. 한 대표는 퇴임하면서 최고위원들과 동반 사퇴할 것을 제의하는 등 자신을 지지하고 있는 세력들이 당무에서 손을 떼도록 권유했다.
한 대표의 사퇴가 가져다 주는 또 하나의 의미는 전통적 의미에서의 당 대표가 역사속으로 사라진다는 것이다. 민주당 개혁안이 확정되면 재정.인사권을 지닌 직선 당대표 대신 상징적 의미의 중앙위의장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 때문이다.
▲지도체제=대표직은 지난해 4월 최고위원 선출에서 2위를 차지한 정대철 최고위원이 승계한다. 그러나 정 의원의 대표체제는 그리 오래가지는 못한다. 신주류측이 오는 27일 당무회의에서 지구당 위원장제 폐지 등 당 개혁특위에서 마련한 개혁안을 통과시켜 임시지도부를 구성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7인의 임시지도부가 구성되면 최고위원회의의 기능은 사실상 정지되고 차기 전당대회에서 지도부가 선출될 때까지 당 개혁작업은 임시지도부가 주도하게 된다.
임시지도부 구성까지는 약간의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현 일부 최고위원들은 한 대표의 동반사퇴 제의에 반발하고 있고 최고위원들이 자진사퇴하지 않을 경우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최고위원들을 강제 사퇴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개혁활동=한 대표의 사퇴로 민주당 개혁은 전기를 맞게 됐다. 현재 개혁특위가 제시하고 있는 개혁안은 지구당위원장제 폐지와 원내정당화, 분권형 지도체제, 상향식 공천,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 등이다. 이에 대해 구주류측은 자신들을 내쫓기 위한 음모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직선 최고위원 1위'로서 당무 결정에 절대적 위치를 지켜왔던 한 대표가 기득권을 내던진 만큼 이들의 반발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게 됐다.
정치개혁에 대해 호의적인 노무현 대통령 취임도 민주당 개혁 작업에 날개를 달아주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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