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무현 정부 출범-'참여정부'의 의미

제16대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식이 25일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열린다.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가 24일 막을 내리고 이날 노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출범하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개막과 인터넷의 폭발적인 확산, 386 세대의 높은 정치 참여 의식, 젊은 세대의 전면 포진 등으로 상징되는 지난 연말 대선에서의 노무현의 승리와 노 대통령의 취임은 보통 사람들이 이 시대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서막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희망돼지라는 상징물을 통한 유권자의 자발적 모금과 '노사모'라는 자발적 선거운동 조직의 등장 역시 우리 정치의 새 지평을 연 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노무현 정부의 이름이 '참여 정부'로 명명된 것도 노무현 시대의 의미를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 시대의 국정의 지향점을 설정하고 개혁의 방향을 제시한 대통령직인수위의 슬로건이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는 점이나 3대 국정목표 가운데서도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주의'를 앞세운 점 역시 의미심장하다.

임채정 인수위원장은 "동원되는 국민이 아닌 참여하는 국민, 국민으로서의 책임과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적극 행사하는 국민이 성숙한 민주주의를 가능케 한다"고 참여정부의 의미를 설명했다.

특히 노 당선자는 "과거 정부와 정치권이 특권세력화해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각종 정치.정책과정에서 국민을 배제시켜 왔다"고 지적해 왔고 지난 대선은 물론 대선 이후에도 불합리하고 불법적으로 권력을 향유하고 대물림해 온 특권층과의 대립각을 분명히 세우기도 했다.

따라서 새 정부에선 서민층의 삶의 질 향상과 각종 정책과정에서의 국민의 참여를 장려하는 쌍방향 대화의 극대화, 시민.사회단체 등 비정부기구(NGO) 활동의 활성화가 예상된다.

여소야대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대중의 힘에 영합하려는 포퓰리즘의 폐해에 대한 우려도 물론 없지 않지만 청와대 내 국민참여수석실의 신설은 참여정부를 성공시키겠다는 노 당선자의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노 당선자가 두달여 정권인수 기간에 보여준 인사는 새로운 시대, 변화의 흐름을 실감케 한다.

문재인 변호사, 정찬용 전 광주 YMCA 사무총장과 같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을 발탁하고 '검증되지 않은' 386 운동권 출신의 비서실 전진 배치 등은 이 사회를 이끌고 나갈 주류의 교체로까지 해석되는 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내각 역시 파격적인 인사가 예고되고 있어 주류 세력의 변화를 알리는 대목이다.

정당의 국민참여를 제도화하고 신진 정치인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선거구제 개편과 정치자금 투명화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도 정치권에 부는 변화의 단초다.

물론 이는 여야 관계에서도 소수인데다 당내에서조차 소수에 그치고 있는 개혁세력 즉 친노세력의 확대를 위한 궁여지책의 성격도 크지만 시대적인 흐름이라는데 별 이의가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노무현호'에 대해 국민들이 마냥 성원과 기대감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려와 불안감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일부에서는 거부감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적으로,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갈리고 찢어진 국토와 국민을 통합시켜야 하는 노 당선자의 짐은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또한 정치적으로도 노 당선자가 '반쪽 대통령'이라고 할 정도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는 점도 새 정부의 발걸음을 가볍게 할 수 없는 대목이다.

'반쪽 대통령'이라는 표현은 노 당선자가 내년 총선 승리에 얼마나 심혈을 쏟고 총선 결과에 따라 노무현 시대의 성패가 좌우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짐작게 한다.

총선에서의 승리를 통해 '집권 주도세력'을 구축하지 못하면 지속적 개혁이 어렵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 당선자에 대한 도전은 내부에만 있는 게 아니다.

보수 강경파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미국과의 관계도 문제다.

주한 미군의 재배치 등 안보환경의 변화도 노무현 정부의 앞날을 장밋빛으로만 보이지 않게 한다.

환율과 유가, 세계 경제의 침체 등 세계 경제 환경 역시 노 당선자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럼에도 노 당선자의 대외구상은 "절대로 전쟁은 있을 수 없다"는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전제로 하고 있다.

"북핵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면서도 대화를 통한 해결이 유일한 길임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외의 보수론자들은 이를 들어 노 당선자에게 불안과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국은 위기와 기회가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다.

역사는 우리에게 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인가, 아니면 어두운 과거로 회귀할 것인가의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는 노 당선자의 말은 노무현 시대가 처한 시대적 위치와 그 역사적 의미를 잘 대변하고 있다.

대선 전부터 나온 이야기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그리고 그의 취임은 우리나라를 '도약이냐 퇴보냐'의 갈림길에 세워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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