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지하철 참사-자원봉사 대학생

지하철 참사 사건 수습 본부격인 대구시민회관에서 봉사하는 경북대 전자전기 컴퓨터공학부 권영국(26) 이창희(24)씨는 요즘 학기 중일 때보다 더 바쁘다.

시간시간 도착하는 엄청난 양의 구호품을 운반하고 그 보관소를 지키는 것이 이들의 임무. 지난 21일 밤엔 이곳에서 아예 하룻밤을 꼬박 지새웠다.

"대명동에 집이 있어 등하교길에 지하철을 자주 이용해 왔습니다.

특히 사고 당일은 동생 졸업식 때문에 버스로 계명대에 가기도 했습니다.

중앙로역에서 일어난 지하철 사고가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내가 당할 수도 있는 일이었거던요. 희생된 분들이 제 몫을 지고 가셨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권씨는 21일부터 매일 봉사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물론 두 사람에게 누가 봉사를 권유한 것은 아니었다.

더 욱이 자신들은 봉사가 어떤 것인지도 몰랐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번 사건에서만큼은 뭔가 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짓누르더라고 했다.

앞장 선 것은 선배 권씨였다.

사고가 터지자마자 인터넷을 뒤졌다.

어디로 연락할지 몰랐던 것. 겨우 대구시 홈페이지로 찾아 들어가 봉사를 신청한 것은 지난 19일이었다.

그리고 바라던 '임무'가 주어진 것은 21일이나 돼서였다.

봉사자는 많은 반면 맡을만한 일은 그리 많잖았던 것.

후배 이씨는 무거운 생수 나르는 일이 제일 힘들지만 자신이 날라다 준 물을 마시고 실종자 가족 및 사망자 유가족들이 힘을 얻을 것이라 생각 하니 기운이 솟는다고 했다.

"현장에 와 보니 모두 단체 봉사자들이었습니다. 저희처럼 개인적으로 참가한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짐 나르는 일이라도 맡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24일 이들은 "무한정 봉사하겠다"고 담당자에게 '부탁'했다.

이들의 이야기가 선후배들 사이에 알려지자 아마추어 무선반 동아리 후배 주효진(21·경북대 식품영양학과)씨도 팔을 걷어 붙였다.

"언제 어느 장소에서든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불 날 가능성이 적은 지하철에서조차 사고가 났잖습니까? 젊은 세대로서 여기서 많이 배웁니다.

공부 잘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꿔나가야 하나 생각하기도 합니다.

저희 전공이 전자니까 안전 시스템 쪽에 더 관심을 가질 겁니다". 두 젊은이는 참사 현장의 봉사를 경험 삼아 아버지·할아버지 세대의 오류를 바꾸는 일에 일조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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