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지하철 참사 가슴 저미는 추모의 글들-제자에게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어제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네 원통함이 비애의 분루가 되어 지상을 하염없이 적시는구나.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용서하겠니. 살아남은 자, 그 큰 빚을 어떻게 갚아야 마땅하니. 할아버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교육자의 꿈을 펼치겠다던 네 굳은 약속들은 어떡하고 이렇게 가버리다니. 네 꿈의 봉오리를 채 피워 보기도 전에 이렇게 허망하게 뭉개져 버리니 하늘도 무심하구나.

새 학기 준비를 위해 상주에서 대구역을 지나 교대역으로 오던 길. 얼마나 희망에 부푼 길이었겠니. 대학에 적응해 미래의 꿈을 키우던 너의 정겨운 모습이 아른거리는구나. 윤리과 특별실을 솔선하여 깨끗이 청소하고 맡은 바 책임을 완수하려던 모습,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열심이던 동아리 활동의 진지한 네모습, 후배들과 친구들에게 민휼적 사랑으로 대하던 네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월배 기지창에 놓인, 화마가 할퀴고 간 전동차를 바라보며 그 뜨거움의 고통을 당했던 네 영혼을 생각하니 가슴이 저미는구나. 이 황당함은 우리가 얼마나 생명을 가볍게 여겨왔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 생각하니 정말 부끄럽구나.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아름다운 사회를 엮기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하마. 지상에서 못 이룬 네 꿈들은 친구와 동료들이 그 몫을 대신하마. 하나님의 나라에서 하나님과 함께 영원히 행복하시라. 편히 잠드시라.

-허재복(대구교대 윤리과 교수)씨가 제자 권오훈(대구교대 2년)군을 보내며….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환단고기' 발언에 대해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의견을 요청하며 토론을 제안했고, 이에 대해 한동훈 전 국민...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비보이 신화로 불리는 댄서 팝핀현준이 백석예술대학교 실용댄스학부에서 부적절한 언행으로 사임하며 사과했다. 방송인 박나래는 전 매니저의 주장에 따...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