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생과 사

사람의 목숨은 정해져 있지 않아 얼마를 살는지 알 수 없다.

사람의 목숨이란 비참하고 짧으며 고뇌가 엉켜 있다.

태어나면 죽음을 피할 길이 없으며 늙으면 죽음이 온다.

그러나 슬기로운 이는 세상의 참 모습을 알고 슬퍼하지 않는다.

돈 많은 장자의 집으로 시집을 온 젊은 '교담미'라는 여자는 아들 하나를 낳아 금이야 옥이야 정을 붙이고 귀여워 하다가 불행하게도 이 아들이 죽어 정신을 잃고 놀라 집안사람이 말리는 것도 듣지 않고 얼음같이 차디찬 시체를 끌어안고 길가에 나와 울고 돌아 다녔다.

길가의 사람들은 다만 불쌍하게만 보고 지나갈 뿐이었다.

마침 부처님을 만난 여인은 아기를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부처님께서는 조용히 그 모양을 보시고 말씀하시되 '아기 어머니여, 이 아기의 병을 낫게 하려면 겨자(芥子 )씨가 필요하니 장터에 가서 더도 말고 대여섯 개만 얻어 가지고 와 보아라'하고 일러주었다.

여인은 너무도 쉽사리 하시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고 환희에 넘쳐서 뛰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부처님은 다시 '아기 어머니여, 들어보라. 그 겨자씨는 그것을 가지고 있는 집의 집안에 조상 대대로 아직까지 한번도 죽은 사람이 없고 장사를 지낸 일이 없는 집에서 얻어 와야만 효력이 있는 것이니 그리 알고 나가라'고 일러 주었다.

이런 말씀의 의미를 해득하지 못한 그 여인은 시장에 나가서 집집마다 미칠 듯 돌아 다녀 보았으나 겨자씨는 어느 집이나 많이 있었지만, 죽은 사람이 대대로 나지 않은 집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겨자씨를 한개도 구하지 못한 여인은 본 마음으로 돌아와 비로소 부처님이 말씀하신 뜻을 깨닫고 어리석은 꿈으로부터 다시 눈을 뜨고 진세(塵世)의 무상(無常)함을 알게 되었다.

대구 지하철 사고 희생자 영가들이여! 이 세상에 올 때 어디로부터 왔으며, 이 세상 떠나서는 어디로 갔나이까? 생(生)과 사(死)는 한 조각 구름이 잠시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처럼 실다운 본체가 없음이라.

영가께서 떠난 지금 가족들의 참을 수 없는 오열이 천지에 사무칩니다.

평생 동안 지녀온 육신과 꿈에도 잊지 못하던 가족을 일조에 던진 채 멀고 먼 세계로 떠난 영가의 마음인들 어찌 한이 차지 않겠습니까.

이 사바세계에서 못다한 인연에 연연하지 마시고 부디 극락세계 부처님의 연화대에 탄생하소서.

진오스님·동화사 포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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