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 실종자 처리 문제는 사망자로 인정(認定)되느냐에 달려있다. 하지만 사망자와 실종자 수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신원확인이 불가능해 사망자로 인정되지 못하는 실종자들이 무더기로 발생할 가능성이 커 법정다툼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사망자 인정
사고수습대책본부에 따르면 24일까지 신고된 실종자는 555명. 이중 생존.사망.부상.이중신고 239명을 뺀 미확인 실종자는 316명이다.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54명과 전동차 안 추정시신 100여구 등 150여구와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24일 조해녕 대구시장은 실종자 가족들과 가진 협의에서 "지하철 참사로 인한 실종자의 시신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정황증거를 통해 사망자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실종자 가족들의 경우 사고일로부터 1년이 지난 후에야 실종선고 신청을 할 수 있고, 6개월간의 공시최고 기간을 기다려야하는 실종선고제도로 인정받기는 어렵다. 따라서 확실한 사망증거는 없지만 주변상황으로 미뤄 사망이 확실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 재판을 거치지 않고, 사고를 조사한 관공서의 보고에 의해 호적에 사망으로 기재케하는 인정사망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것.
▲사망자 인정 기준은?
사고현장인 전동차 안이나 중앙로역에서 사망했음이 증명돼야 한다. 유해가 있어야 하고, 주민증.학생증.수첩.신발.열쇠.옷 등 유류품으로도 본인 확인이 돼야 한다는 것.
휴대폰 위치 확인도 가능하다. 사고현장에서 가족들에게 전화를 건 내용이 녹음돼 있으면 가장 좋고 통화기록이 있다면 이동전화회사에 문의, 실종자의 휴대전화 사용내역을 조회할 수 있다. 실종자가 사고시각 이후 한번도 전화한 흔적이 없다면 이번 사고의 희생자로 추정할 수 있고, 그 시각 지하철을 이용했다는 다른 정황증거와 합쳐지면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다음은 119 전화통화기록. 실제 이번 사고 시각 119에 150여통의 전화가 걸려왔고, 이중 전동차안에 있던 승객의 목소리도 분명 있다. 구조요청을 하고 소식이 끊긴 사람은 이번 사고의 희생자로 추정된다.
또 지하철역의 폐쇄회로(CCTV)도 중요한 인정 단서다. 실종자 가족들은 중앙로역 뿐 아니라 모든 지하철역의 폐쇄회로를 살펴봐야 한다. 폐쇄회로에 실종자가 찍힌 것이 확인됐는데, 사고 이후 소식이 끊겼다면 희생자라는 증거가 된다는 것.
주변 사람들의 증언도 중요하다. 평소 사고 시간대의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면서 가족들과 동료, 친구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가끔 이용한 경우라면 가족들이나 만나기로 한 친구의 증언 이외에는 별 다른 자료가 없어 증언의 신빙성에 문제가 된다.
▲사망자 인정조차 안된다?
대구지하철 참사의 경우 사망자 인정조차 받을 수 없는 실종자들이 많다는 것이 문제다. 상당수 희생자들이 1천℃ 이상의 고온에서 약 3시간 동안 불에 타 재가 됐다는 것. 재가 돼 DNA검사를 통한 신원확인도 불가능한데다 유류품은 물론 사망자로 인정할만한 정황증거도 없기 때문.
한문철(서울) 변호사는 "희생자의 신원확인이 안되고, 유류품이나 정황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면 사망자로 인정되기가 어렵다"며 "실종자 신원을 좀 더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현장을 보존해 최대한 신원확인 단서를 찾고, 크로스 감식 등 철저한 현장 감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적공방
실종자에 대한 신원확인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 당일인 18일 화재진압과정에서 고압의 진화 소방호수에 재로 변한 유골이 씻겨내려갔다는 현장 증언들이 잇따랐다.
또 대구지하철공사는 사고 다음날인 19일 사고현장을 서둘러 물 청소한데다 신원 단서인 유류품을 수거해 20, 21일 이틀간 2대의 트레일러에 실어 안심 차량기지에 방치했다.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선 지하철공사 등이 현장을 훼손, 유류품 등 사망자 인정 단서를 상당수 없앴다는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
이에 따라 실종자 가족들은 대구시와 지하철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태세이며 이럴 경우 설령 인정 기준이 마련ㄷ해 실종자들이 참사와 무관하다는 반박증거가 마땅찮은 대구시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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