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로운 출발을 위하여

오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도약에 국민적 동참을 호소하면서 제 16대 노무현 대통령 정부가 드디어 출범하였다.

개인적으로는 고등학교 학력의 독학자가 인터넷선거혁명을 선도하면서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서민적 꿈을 심어주었다는 뜻에서, 국가적으로는 구시대적 권위주의를 극복하고 참여와 복지, 지방분권과 국민통합을 지향하는 제 2세대 주도의 개혁정부가 시작되었다는 뜻에서 이는 참으로 경하할만한 일이라 생각한다.

또한 새 대통령이 원칙과 신뢰, 공정과 투명, 대화와 타협, 분권과 자율을 국정의 주된 좌표로 삼으면서 겸손하고 평명(平明)한 자세로 국민을 존경하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도 매우 긍정적인 모습으로 비쳐진다.

이미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 사회,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새로운 '참여정부'의 국정목표로 제시한 바가 있다.

또한 국정 각 분야에 걸친 12대 국정과제도 인수위 단계에서 발표된 바가 있다.

우리는 어렵게 정권획득에 성공한 노무현 정부의 이러한 국정비전 제시가 단순한 수사(rhetoric)에 머물지 않고, 국민을 대통령 같이 받들겠다는 지금의 그 겸허한 의지가 임기 5년 내내 일관성 있게 유지되기를 바라면서, 이 시점에서 노대통령 정부가 유념해야 할 사항이 과연 무엇인지를 함께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첫째,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선결과제일 것이다.

북핵문제를 둘러싼 대미외교나 경제정책에 대한 불확실한 전망도 없지 않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아직도 다수의 국민들이 새 정부를 친좌파적인 색깔로 보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부(富)와 시장경제 질서에 대한 반감, 성장보다는 분배, 자유 보다는 평등, 사용자 보다는 노동자 우선의 정책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측이 국민들의 일상적 경제활동을 위축케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대북한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도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대통령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의구심을 완전히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새 정부로서는 각료의 임명에서부터 정부출범 초기에 시행할 몇 가지의 정책에서 대국민 설득을 포함하여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키 위한 특단의 우선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 이미 제시한 국정목표와 과제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자신과 측근이 말보다는 실천으로 수범을 보이는 가운데 국민들의 참된 감동과 연대감을 이끌어 낼 수가 있어야 할 것이다.

힘으로 하는 통치, 말로만 하는 행정은 이미 국민들이 경험하여 충분히 간파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민주국가의 대통령은 피라미드의 꼭대기 보다 원탁의 가운데 자리에 위치하는 것이 보다 소망스러움을 우리는 안다.

노무현대통령은 선거당시의 초심을 잊지 말고 소박하고 겸허한 서민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를 끝까지 지켜가야 할 것이다.

언제나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주변을 철저히 다스리는 가운데 국민이나 관료들이 믿고 따르도록 지혜롭고 절제 있는 노력을 계속 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국민통합이 진실로 새 정부의 국정과제라면 과도한 편 가르기만은 기필코 피해야만 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인수위의 운영과정에서 '개혁독선'으로 우려될 수도 있는 몇몇 징후를 발견한 바 있다.

선거는 정권획득을 위한 합법적 투쟁과정이니 만치 적과 동지의 구별이 불가피하겠지만 국민통합을 표방한 새 정부가 출범하는 마당에서까지 '네 편' '내 편'을 엄격히 가리는 듯한 모습은 양식있는 국민들의 걱정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널리 인재를 포용하라. 개혁, 반 개혁을 구분하지 말고 모든 역량 있는 인적자원을 국가 경쟁력 강화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사회개혁에 함께 자리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라. 포퓰리즘적 여론몰이에 빠져있지는 않은지 항상 스스로를 경계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역사는 과거에서 교훈을 얻는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끄는 새 정부가 진실로 새로운 개혁의 역사를 쓰고자 한다면 김영삼, 김대중 두 대통령이 실패한 전철을 피해가는 것만으로도 한 페이지의 역사쯤은 충분히 기록할 수가 있을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꿈을 준, 법치주의를 신봉하는 건국 후 최초의 법률가 출신 대통령과 그가 이끄는 정부의 성공을 오늘은 모두 함께 빌자.

정성진칼럼(국민대총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