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탄생과 함께 대구.경북과의 관계설정은 새정부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노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인 지난달 27일 순회 토론회 첫 개최지로 자신에게 전국에서 가장 낮은 지지를 보낸 대구를 택한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당시 노 대통령은 "노무현 정권은 더이상 호남정권이 아니고 영남정권"이라며 "대구.경북도 변하고 있고 내가 잘하면 대구.경북에서 표를 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껏 구애를 펼쳤다.
그러나 노 대통령 탄생을 바라보는 대구.경북의 눈길은 예사롭지 않다.
새정부에 대한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노 대통령 최대 '비토세력'이었다는 점 때문에 뭔가 불이익을 당하지나 않을까 괜한 우려가 없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느닷없이 터진 대구 지하철 참사는 새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벤트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희망'과 '비전'으로 출발해야 할 새 정부가 우연찮게 터진 대형 참사 때문에 시민들로부터 별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고는 사고일뿐 새정부 탄생과 국가나 지역의 미래는 차원이 다르다.
지역민들은 새 정부가 DJ정권 때와는 다른 접근법을 보여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인사와 지역발전 등에 거는 기대는 여느 정권때 못지않다.
요즘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의 인선과정을 보면서 지역에서는 새정부 인사문제가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98년 정권교체를 통해 화려하게 등장한 DJ정부가 대구.경북으로 부터 외면당한 결정적인 계기가 인사문제였던 점을 기억하고 있는 지역민 입장에서는 이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정우 경북대교수의 청와대 정책실장 내정 등을 두고 노 정부가 지역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구대 홍덕률 교수는 "아직 내각이 정식 발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대로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노 정부가 같은 색깔의 사람을 인선하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면서 "인사문제를 놓고 지역안배에 치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 정부 인사가 너무 개혁만을 강조, 색깔면에서 한쪽으로 치우치는 인상을 주면서 대구.경북이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정치적 반대쪽도 포용할 수 있는 인사정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노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의견이 다른 사람과는 같이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점 때문에 일단은 내각 구성은 물론 향후 새정부의 인사정책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지역민의 기대치를 어느 정도 채우느냐도 새정부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지역내총생산 등에서 전국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는 대구 입장에서는 이 부분에서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다.
때문에 대구 경제 활성화를 위한 요구에는 여야 인사들간의 입장엔 별다른 차이가 없다.
이재용 전 남구청장은 "개인적으로는 행정수도이전과 관련해 산자부 정도는 대구로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책연구소를 대구로 유치하는 방안 등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 테크노폴리스 건설 등을 추진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 역시 "대구의 낙후된 산업구조 개편을 위해 노 정부가 앞장서야 할 것"이라며 은근히 기대를 표시했다.
그러나 이같은 가시적 조치외에도 노무현 정권과 지역의 신뢰가 어느정도 회복되느냐 문제가 관계회복의 중대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DJ 정권때의 지역분열, 아집과 독선 등을 뛰어넘는 노 정권만의 성공적 국정운영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역민심을 돌리는데는 노 대통령의 시혜와 구애도 중요하지만 '개혁'과 '지방분권'이라는 노 정권의 약속이 얼마나 성과를 거두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