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참사로 대구가 온통 슬픔과 분노에 차 있는 이 시점에 왜 한국지하철공사 설립 필요성이 제기됐을까. 이는 부산교통공단의 현황을 보면 금방 해답이 나온다.
건교부 산하인 부산교통공단의 부채 및 원리금 상환 규모(지난해 말 기준)는 원금 2조6천500억원, 이자 5천200억원으로 모두 3조1천700억원이다.
쉽게 보아 정부가 부산시에 지하철과 관련해 3조1천억원이 넘는 돈을 타도시보다 더 주고 있는 셈.
부산교통공단은 21일 국회 건교위에 이같이 보고하고 "향후 3년간 원리금 상환만도 연평균 6천6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6천600억원은 대구시의 올 일반사업예산(지하철 부문 제외) 2천억원의 3배 규모이다.
정부가 부산지하철 부채와 건설·운영비를 부담해준 덕분에 부산시의 지하철 부채 원금은 지난해 말 현재 3천500억원. 대구시의 부채 원금 1조3천300억원에 비하면 무시해도 좋을 수준이다.
또 지하철1호선 공정률이 59%인 광주시는 지하철 부채가 3천억원, 공정률이 46%인 대전시는 2천억원으로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인천은 대구와 지하철 건설 속도가 비슷하지만 재정이 비교적 넉넉해 그간 많이 갚은 덕에 남은 부채는 시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5천250억원이다.
이처럼 부산시에 엄청난 특혜(?)를 준 까닭과 계기는 뭘까. 부산교통공단에 따르면 공단 설립은 노태우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추진돼 87년 법 제정을 거쳐 88년 7월 이뤄졌다.
지하철공사장 붕괴와 신발업 몰락에 따른 부산 경제 위축이 그 이유였다.
당초 부산교통공단법은 10년 한시법이었으나 빚투성이인 공단을 부산시가 맡아서는 안된다는 지역 여론으로 김영삼 정권 말기에 2007년 말까지 또 10년 연장됐다.
대구시가 김영삼 정권 초기에 지역 형평성을 내세워 대구교통공단 설립을 요구할 때 건교부는 "부산도 한시법이다"며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으나 대구가 눈 감고 있는 사이 슬그머니 10년 연장해 버린 것.
바로 여기에 한국지하철공사 설립의 정당성이 있다.
박승국, 강재섭, 김만제 의원 등 공사 설립을 주도하는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은 "건교부가 부산교통공단을 20년간이나 운영하는 마당에 더 이상 정부 공사 설립에 반대할 명분이 없을 것"이라며 "대구만 혜택을 보자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제 법이 만료되는 2007년이 돼도 부산이 '애물단지'인 지하철을 넘겨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부산시민들의 일관된 반응이다.
또 광주·대전도 아직은 지하철 건설비 증액으로도 충분하나 부채가 커져 시 재정으로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공사 설립을 드세게 요구할 게 분명하다.
그런만큼 현재 가장 심각한 상황에 빠진 대구가 공사 설립에 앞장서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대구로서는 광주·대전시의 재정이 곤궁에 처해 공동 보조를 취할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는 것.
지역 의원들은 현재 "대구 경제와 잇따른 지하철 참사를 감안하면 정부 공사 설립이 늦어도 한참 늦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시도별 지하철 부채 현황
(지난해 말, 원금 기준)
부산2조6,477억원
△부산시3,542억원
△부산교통공단2조2,935억원건교부 부담
대구1조3,316억원
△대구시8,870억원
△대구지하철공사4,446억원대구시 부담
인천5,252억원
△인천시0원
△인천지하철공사5,252억원인천시 부담
광주시2,978억원지방공사 미설립
대전시2,031억원지방공사 미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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