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로또는 違法'

'악의 꽃'의 시인 보들레르는 "인생에 있어서 참된 매력은 하나밖에 없다.

바로 도박의 매력이다"라고 했던가. 이 말은 인간 본성에 깃들인 도박에의 천연성을 위악적으로 지적한 대목에 다름 아니다.

발자크의 소설 '좋지 않은 가죽'에도 '인생은 한 판 도박'이라고 생각하는 주인공 라파엘이 등장한다.

도박에 빠진 그는 자기 생명을 담보로 끊임없이 '대박'을 지향하다가 마지막 한 푼까지 다 날리고 '쪽박'을 차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마법의 부적을 얻어 다시 부자가 되지만, 그 거래가 계속되면서 생명이 소진되기에 이른다.

▲복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사행심을 조장하는 도박과 다르지 않다는 데서 비롯된다.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로마 복구 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한 것이 그 효시이며, 근대적인 복권 '로또'는 1530년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등장했다.

우리나라엔 1947년에 복권이 첫 선을 보인 이래 지금은 50여종이 발행되며, 요즘 로또 복권이 날개를 달자 비판의 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최근에는 로또 복권 발행의 위법성을 묻는 법적 대응까지 잇따른다.

'기독교 윤리실천 운동', '좋은 교사 운동' 등이 발행·판매 기관을 상대로 중지가처분 신청을 낸 데 이어 시민·종교 단체들의 고발과 가처분 신청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변호사·목사 등으로 구성된 '국민 공동체의식 개혁'은 관련 부처 장관 7명과 판매하는 국민은행장 등을 복표 발매 등의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으며, '대한불교 조계종 자비실천 본부'도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한다.

▲'국민 공동체의식 개혁'은 현행 형법이 '복표 발매 등 죄'를 규정하고 있으며, 복표 발행은 관련 특례법에 따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나, 로또 복권은 운영 방법이나 판매 금액의 사용 목적 등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발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자비실천 본부'는 국민의 행복 추구권 및 적정 근로를 할 헌법상 권리를 앗아가고 있다며, '로또'는 건전한 근로의식을 침해, 정당한 노력을 통해 돈을 벌기보다는 요행을 바라는 '한탕주의'를 확산시켰다고 비판했다.

▲'로또'는 난립한 복권 사업을 정리하고 공익기금을 조성한다는 취지로 정부 10여 부처가 출자해 마련한 사업이다.

그러나 정부 주도로 사행심에 기대어 손쉽게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발상 자체부터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천문학적인 도박을 벌이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다시 한 번 묻지 않을 수 없다.

복권은 서민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줄 수도 있지만, 재미 삼아 하는 것 이상이 되면 중독이 되고 패가망신에 이르게 한다.

정부가 법을 어기면서까지 현대판 라파엘을 낳아서야 되겠는가.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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