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친구 남진이에게

남진아! 남진아. 많이 아팠지. 많이 힘들었지.

난 난로에 살짝 스쳐도 시리고 아프다고 하는데, 쇠까지 다 녹아 내린 그 캄캄하고 좁은 지하철 안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곳은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힘들거나 좋은 일이 있으면 언제나 같이 하자고 했는데....

답답하고 목이 막히는 가스를 마시면서 살이 타 들어가는데 너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고...미안해. 정말 미안해.

남진아 니가 학원에 간다면서 나간 18일 아침.

어머니는 설마 설마 아니겠지. 우리 남진이는 아니겠지 하셨는데, 그런데 학원에서 11시가 되어도 오지 않는다는 전화를 받고 설마 설마하는 생각은 무서운 생각들로 뒤덮이고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넌 전화를 받지 않고, 여기저기 연락을 했지만 넌 어디에도 없고....

휴대전화 위치추적 결과 네가 그 사고시간에 그 지하철 역 안에 있었다니. 아니길 기도했는데.

부모님들과 언니들은 사고가 난 그 날부터 병원이란 병원은 다 돌아다니시면서 알아 볼 수 없게 다 타 버린 시신 앞에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셨는지 몰라. 하지만 그 어느 곳에도 니 모습이 없고. 까맣게 다 타버린 지하철 안에서 시커먼 재로 우리에게 돌아왔지.

남진아.

새까맣게 다 타버린 그 안에는 해맑게 웃는 너의 모습도 없고, 니가 즐겨입던 까만 점퍼도 없고, 아무것도 없이 그냥 새까맣게 다 타버린 재만 있는데 그곳에 니가 있다니....

넌 거기 지하철에 묻힌게 확실한데, 그 독한 가스를 마시며 고통스럽게 죽어갔는데,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는 이유로, 시신이 없다는 이유로 그 차갑고 시린, 눈물만 가득한 대구시민회관에 널 영원한 실종자로 자꾸만 묻어 두려고 해.

남진아. 이렇게 계속 시간이 흘러 흘러 이 가슴 아프고 답답한 모든 일들이 사람들의 맘속에서 잊혀져버리면 어쩌지. 널 영원한 실종자로 묻어버리면 어쩌지.

남진아. 어떻게 해야하니.

-이현주씨가 18일 안심역에서 대곡행 열차를 탄 이후 실종된 친구 정남진(24·대구대)씨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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