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지하철 참사-후속수사 전망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수사가 2단계로 접어 들었다.

방화범과, 초기 대응을 제대로 못한 지하철공사 종합사령팀, 전동차 기관사, 역무원 등에 대한 사법처리를 25일 사실상 마무리했기 때문.

사고 대응 조치 관련자에 집중됐던 1단계와 달리 2단계 수사는 사고의 축소.은폐, 관리.감독 소홀, 소방설비 점검 유지 실패, 지하철 및 전동차 설계.시공 문제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1단계 수사=방화범 김모(56)씨와 사고 난 두 전동차 기관사, 종합사령팀 운전사령실 및 기계설비 사령실 관계자 6명, 중앙로역 역무원 이모(39)씨 등의 사법처리 방향을 결정하면서 일단락됐다.

남은 과제는 위법 사실 관계가 제대로 규명되지 못한 1079호 전동차 기관사, 종합사령팀장, 역무원 이씨의 처리.보강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전력.통신.신호 사령실의 사고 대응 충실성 여부도 가려져야 하고 중앙로역 역무원들의 초기대응에 대한 보강 조사도 아직은 남았다.

경찰은 이미 박모(32)씨 등 중앙로역 역무원들에 대한 보강조사를 벌이고 늑장출동 논란과 관련해 대구소방본부 관계자들도 불러 조사하고 있다.

◇축소.은폐 의혹=1080호 기관사 최모(38)씨가 사고 경위서를 4차례나 작성하는 과정에 마스터 키 제거 부분이 빠졌다 들어갔다 했다.

최씨와 종합사령팀 간 통화내용 녹취록 변조, CCTV 조작 논란까지 제기돼 있다.

여기에는 종합사령팀 녹취록을 작성하고 CCTV를 분석한 감사부, 기관사 최씨와 3차례 휴대전화 통화를 한 종합사령팀, 사고 당일 최씨와 통화했거나 접촉했던 관리팀, 운전팀, 안전방재팀, 안심 차량기지사업소 등 관계자들이 얽혀 있다.

특히 감사부 직원 2명은 녹취록 작성 때의 일부 내용 삭제 사실을 이미 인정했다.

◇최상급 관련성=공기업인 지하철공사 직원들이 마그네틱 테이프 30개와 녹취록 등을 경찰에 제출하면서 사장.상무 등 지휘계통을 안밟고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따라 경찰은 25일 윤진태(62) 지하철공사 사장과 오모(57) 감사부장을 불러 이 부분을 집중 추궁했다.

이를 통해 경찰은 오 부장으로부터 "녹취록과 CCTV를 분석.정리한 뒤 경찰에 제출한다고 사장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오 부장은 그러나 "CCTV 테이프는 사고 직후 분석에 사용한 뒤 종합사령팀에 되돌려 줬고, 녹취록 정리는 직원들에게 맡겨 내용이 누락된 줄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윤 사장도 녹취록 중 일부 통화 내역이 누락된 것을 "전혀 몰랐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지하철공사의 조작 가능성을 밝히기 위해 국과수에 녹취록과 CCTV 테이프 정밀감식을 의뢰했다.

◇지하철 운영.관리.감독=경찰은 1998~2001년 사이 지하철공사에 대한 감사자료를 대구시로부터 넘겨받아 공사측의 지하철 운영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예산 집행 적정성과 비리 존재 여부를 수사할 방침이다.

또 지하철공사 예산을 편성.관리한 대구시 교통국 관계자의 관리.감독 소홀 여부도 캐고 있다.

◇중앙로역 소방 점검=경찰은 중앙로역 위탁 소방 점검.관리 업체인 ㅎ.ㅅ사 관계자를 조사 중이다.

현재 치중하는 것은 지하철공사 산하 시설사업소의 소방점검 부실 여부. 경찰은 설비송현분소 관계자 3명을 불러 조사했으며 지금은 입건 여부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소방 설비업체 ㅎ사는 이미 부도 나 손을 못쓰고 있다.

◇전동차 납품=지하철공사가 1997년 이전 이용실적 자료를 검토 않고 이번에 사고 난 전동차를 포함해 1호선 전동차 전량을 ㅎ사로부터 일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나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이 전동차는 1997년 이전 각종 성능검사에서 내연소성 부문 안전기준을 통과한 것으로 나타나 전동차 품질과 구매과정 수사도 불가피해졌다.

◇수사 성과 어떨까=경찰은 그러나 지하철 1호선 전 구간의 설계.시공 문제로까지 수사를 확대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했다.

시공 등 문제 규명은 이번 사건의 본질과 맞지 않을 뿐더러 대상 범위가 너무 커져 수사에도 무리라는 것이다.

또 2단계 수사 분야는 위법 인과관계를 밝히기가 쉽잖아 수사가 장기화될 소지도 있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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