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천 3남매 어머니 박정순씨 눈물의 장례

"엄마… 잘 가". 3남매는 영구차에 실린 엄마의 영정 앞에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마치 잠시 여행을 떠나는 엄마를 배웅하듯. '부디 우리 아이들은 나처럼 참혹한 일을 겪지 않게 해주세요'. 간절한 유언이라도 전하듯 영정속 박씨의 슬픈 눈빛은 3남매를 뒤로 한 채 긴 여운을 남겼다.

북받치는 설움을 견디지 못하는 친지들의 오열 속에 박씨는 1년전 병으로 숨진 남편의 무덤 곁에 묻혔다.

지난 18일 대구 지하철 참사로 숨진 박정순(32.여.본지 20일 33면 보도)씨의 발인과 장례식이 26일 영남대병원 영안실과 박씨가 살던 영천시 화남면 귀호리 마을에서 치러졌다.

구름이 낮게 드리운 을씨년스런 날씨는 떠나는 이를 붙잡지 못하는 유족들의 통곡과 오열 속에 금세 진눈깨비라도 뿌릴 듯 흐렸다.

눈물이 없었기에 더욱 슬픈 장례식이었다.

철부지 아이들을 남겨두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는 엄마의 맺힌 한을 아직 알 수 없기에 3남매는 눈물조차 흘리지 못했다.<

허리에 두른 삼베띠만이 엄마 잃은 자식임을 알게 할 뿐.

엄마의 영정 앞에 마지막 절을 올리며 맏딸 엄수미(7.화남 지곡초교 1학년)양은 여동생 난영(6.유치원)이와 막내 동규(4)를 챙겼다.

곁눈질을 하며 동생들이 제대로 절하는지 살폈다.

그러나 친척 어른들이 하라기에 했을 뿐 엄마의 사진을 앞에 놓고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우는지, 왜 절을 두번이나 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난영이는 마지못해 언니와 함께 절을 올렸지만, 막내 동규는 친척 어른이 맡아두었던 소시지를 낚아채고는 쏜살같이 영안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혼자 쏘세지를 먹으며 놀던 동규는 "엄마는 어디있느냐"는 물음에 "몰라"하며 퉁명스레 답했다.

볼이 빨개지도록 뽀뽀해주던 엄마는 이제 어디에도 없는데….

장례식에는 박진규 영천시장, 권순열 화남면장 등 지역 기관장과 마을 주민들이 참석해 어린 남매들을 두고 먼 길을 떠나는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영천.서종일기자 jiseo@imaeil.com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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