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당국이 지하철 재난에 사전 대비를 충분히 않았고 구조.방재(防災) 기관끼리 혹은 대형 참사 발생 위험 기관과의 사이에 공조망이 전혀 구축돼 있지 않았던 것이 이번 대구지하철 참사 때 인명 피해를 키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조에 투입됐던 한 소방관은 27일 매일신문사로 전화를 걸어 "당시 지하 3층에 1080호 전동차가 있거나 대구역 등 다른 통로를 통해 지하철 플랫폼에 접근하는 방법이 있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하철공사 직원의 안내로 대구역 출입구를 통해 플랫폼까지 접근해 상당수 인명을 구조한 구조대 7명 중 한 명이라는 그는 "지하철공사 직원이 임의로 플랫폼을 다녀온 뒤 현장 상황과 접근로를 알려줘 함께 진입하게 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소방 지휘본부나 지하철공사로부터 이와 관련한 정보나 지시를 받은 바 없다는 것.
구조대는 사건 당일 오전 10시1분쯤 현장에 도착했으며 플랫폼에서는 1080호 전동차 기관사가 그 10여분 후에까지 머물며 교신하고도 부상조차 없이 탈출한 것으로 드러나, 1080호의 존재 사실 및 또다른 플랫폼 접근로와 관련해 소방본부와 지하철공사 사이에 공조만 제대로 이뤄졌더라도 상당수 승객을 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대구 소방본부 측은 "지하철에 대한 방재계획이 세워져 있고 훈련도 했으나 현재 방식에서는 현장 배치도 등 사전 정보를 파악해 출동하기 어렵다"고 궁색하게 변명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 지하철에서 이미 최악의 화재사건들이 적잖게 발생해 왔는데도 대구시 소방본부는 대구지하철에 대해 사실상 아무런 비상시 작전계획을 세워놓지 않고 있었음이 증명된 것"이라고 의문시했다. 또 "사전 작전계획이 세워져 있었다면 당연히 모든 역에 대한 접근로가 확인돼 있었을 것은 물론 사고 발생 후에도 즉각 현장 정보를 지하철공사에 요구하거나 자동 통보받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참사 때는 또 경찰.응급의료체계 등도 모두 제각각 움직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신고는 119에 가장 빨리 접수돼 오전 10시1분에 첫 진압대가 현장에 도착했으나 경찰 112에는 훨씬 늦게 파악돼 사고 발생 50여분 지난 오전 10시40분에야 1차 순환선 동서간 교통 통제가 시작됐다. 이때문에 경북대병원.곽병원 등으로 오가는 구급차 이동이 정체된 자동차들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 구급차 운전기사가 전했다.
또 응급환자가 계속 발생하는데도 병원들에는 비상 대비 요구가 전달되지 못해 한 대학생 부상자는 "산소호흡기도 없는 소방 구급차에 실려 가느라 숨이 넘어갈 것 같았지만 겨우 도착한 응급실의 의사는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응급의료 정보센터 정현오 팀장은 "현재는 소방본부가 우리 센터에 연락해 줘야 각 병원 응급실로의 연결이 이뤄질 수 있는 체제"라며 "119 신고와 동시에 경찰은 물론 응급정보 센터에도 상황이 전파될 수 있어야 치료 대비가 빨라질 수 있다"고 했다.
지하철 사고 현장 조사활동을 벌였던 국립방재연구소 백민호 연구관은 "일본 경우 지하철과 관련해서는 소방서에 조그만 사고 신고만 들어가도 즉각 경찰.병원은 물론 모든 지하철 기관사.직원에게 한꺼번에 상황이 전파된다"며, "이번 같은 참사를 막으려면 응급상황 전파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연구소 이호준 연구관은 "최상의 동시다발적 공조 시스템으로 미국의 911이 꼽히지만 예산 부담이 크지 않은데도 우리나라에는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와 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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