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의 조각은 공직사회의 서열파괴와 세대교체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발표된 19명의 각료 중 18명이 40, 50대이고 재야 및 학계출신이 8명이나 되는 점 때문이다. 이들 중 김진표 경제부총리 및 강금실 법무부 장관, 김두관 행자부 장관, 이창동 문광부 장관 등이 대표적 파격으로 꼽힌다. 특히 공직경험이 전무한 이창동 장관과 김화중 복지부 장관, 지은희 여성부 장관, 진대제 정통부 장관 등의 발탁은 공직사회에서 일종의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7일 청와대가 "각 분야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개혁이 이뤄지도록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현장경험을 중시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각 부처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심지어 신임 장관들이 업무 추진 과정에서 부처 장악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않다. 특히 여판사 출신의 법무장관의 기용을 두고 법무부와 대검 간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법조계에 대한 개혁바람이 일선 검찰로 이어질 경우 업무 관행과 수직적 조직문화에 익숙한 법조계 내부에서 역풍이 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또 행자부와 문광부 일각에서도 "장관이 국장급 정도의 젊은 나이인데다 행정경험도 없어 무조건 개혁과 서열파괴만을 중시할 경우 내부 동요나 반발도 예상된다"는 냉냉한 분위기마저 감지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굵직한 개혁과제에 대해 공직사회의 협력을 끌어들이지 못할 경우 오히려 장관이 공무원들에게 포위될 가능성도 있다는 냉소적인 시각도 나왔다.
그러나 나이와 성, 경력과 관련된 오랜 인사조직의 관행을 한꺼번에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이번 파격 내각은 공직사회에 내부변화 바람을 가져다 줄 것이란 기대 역시 적지않다. 정부 색채가 진보적 색깔로 탈바꿈한 것 역시 변화의 신호탄이란 시각도 나온다.
이와 관련, 고건 총리는 27일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후 가진 취임기자회견에서 "공직사회부터 먼저 변화와 개혁에 앞장서고 공직자 모두가 개혁의 주체가 돼 달라고 촉구해 나가겠다"며 취임 포부를 밝혔다. 고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이른바 근대화를 위해 일해온 사람과 민주화를 위해 일해온 사람, 그리고 개혁적 인사와 각계의 전문가 등 다양한 배경의 인사들로 '드림팀'을 구성하게 될 것"이라며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총리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다하면서 내각을 조화롭게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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