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파격내각'-그만큼 무거운 책임

파격(破格)은 확실히 파격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것을 파격적으로 보는 시각이 타성에 젖은 탓이라고 부인했지만, 혼자서 파격이 아니라 해서 파격이 아닌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 시대·이 풍토에서 파격은 필요하고 좋은 것이다.

'파격 장관'들의 책임은 그만큼 더 무겁고 중하다.

야당은 상임위에서 혹독한 통과의례를 치르겠다고 벼르고 있다.

야당으로선 당연하다.

장관들도 시험 치를 준비를 당연히 해야한다.

다만 싸움장이 되지 않기를 충고한다.

연령과 서열과 성(性)의 틀까지 깨어버린 장관인사에서 공무원사회의 동요도 당연하다.

그러나 새 대통령이 기득권과 낡은 사고(思考)에 안주해온 관료사회에 새바람을 일으켜 보겠다는데, 공직자들을 개혁의 원동력으로 삼아보겠다는데, 팔짱끼고 "되어 가는 꼴을 지켜보겠다"는 식이어서야 국록(國祿)을 먹는 자의 도리가 아닐 터이다.

파격의 삼총사, 실험의 '트리오'로 김두관 행자·강금실 법무·이창동 문화의 40대(代) 세 장관을 꼽는다.

시골군수와 여변호사·영화감독만 하다가 졸지에 장관이 됐으니 비아냥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거꾸로, "역대 그 숱한 관료출신 내무(행자부)장관들이 지방자치 하나, 분권 하나 똑부러지게 해 놓은 것 뭐 있나? 노른자위 권한은 다틀어쥐고 있으면서..."하면 무슨 할 말이 있는가. 연공서열·줄타기로 올라온 그 훌륭한 법무장관·검찰총장들이 오늘날 검찰을 왜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놨나? 하면 할말이 없다.

"문화조차도 개국이래 중앙집권"이라는 지역 원성에 떳떳할 문화장관 단 한사람이라도 있느냐고 따지면 역시 할 말이 없을 터이다.

그렇다면 파격의 삼총사면 어떻고, 실험의 트리오면 어떤가? 다만 꾸짖으며 기대할 뿐이다.

새 장관들에게 요망한다.

비아냥과 비판을 의식하고 성공한 장관이 돼라. 인수위가 국정과제로 내놓은 100여개의 세부 과제를 그대로 받지 말고 걸러 내고 따져라. 의욕과 과욕(過慾)을 구분하라. 그리고 장관의 권한을 청와대로 반납하지 말라. '예스맨'이 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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