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라크전 좋게 보도해 줘"

이라크 전쟁이 임박한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과 영국군은 지난 22일 쿠웨이트시티 남쪽에 위치한 한 호텔에 미디어센터를 개설하고 본격적인 홍보작전에 들어갔다.

미.영국군의 미디어센터가 들어선 곳은 쿠웨이트시티 남쪽 외곽의 한적한 바닷가에 위치한 힐튼호텔. 미디어센터가 세워진뒤 이 리조트형의 호텔 주변에는 중무장한 장갑차가 배치되는 등 여느 군부대와 다름없는 삼엄한 경계가 펼쳐지고 있다.

평소 관광객이 끊이지 않던 이 전망좋은 바닷가 호텔은 이제 기자들과 군인들로 북적댄다.

널찍한 기자회견실까지 딸린 미디어센터에서는 미군 요원들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기자들을 안내하느라 분주하다.

이들은 우선 기자들의 취재등록 신청을 받은뒤 프레스 배지를 발급한다.

또 종군 요령을 숙지시키고 방독면 등 취재도구를 지급하고 탄저균과 천연두 예방접종까지 실시한다.

미군측은 홍보예산을 넉넉히 배정해 600명이 넘는 상시 종군기자들에게 숙식과 운송수단, 군수품 등을 모두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한마디로 이번 이라크전을 미국과 영국 입장에서 잘 좀 보도해달라는 것이다.

미군은 이 호텔 이외에 10만여명의 미국과 영국군이 주둔해 있는 쿠웨이트 북부 지역의 캠프 도하에도 프레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힐튼호텔에서 주로 이라크전 개전 이후의 대언론 홍보전을 준비하고 있는 반면 캠프 도하에서는 이라크 진격을 준비 중인 미군들에 대한 언론의 취재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영국군도 힐튼호텔에 별도의 프레스센터를 설치해놓고 있다.

1991년 걸프전을 취재했던 미국 뉴스데이지의 에드워드 가건 기자는 이번 취재가 "걸프전 때와는 천양지차"라고 말했다.

미군측의 가히 '총체적'이라고 할 만한 대언론 홍보작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었다.

걸프전이 역사상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첫 전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면 다가오는 이라크전은 미군이 주도한 사상 초유의 '미디어전쟁'이란 기록을 남길 전망이다.

군사전은 물론 홍보전에서도 밀리는 후세인은 '산도적'으로 몰리며 패퇴한 미국내 인디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리=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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