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공단 유가폭등 '불똥'

대형 트레일러 등 화물 차주들이 채산성 악화를 이유로 물품수송 주문을 거절하는 사태가 잇따르면서 철근, 빔류 및 철판 등을 생산하는 포항공단 일부 업체에서 출하가 일시 중단되는 등 유가폭등이 물류대란을 초래하고 있다.

포항지역 운수업체와 화물알선업체 등에 따르면 화물차 연료로 사용하는 경유값이 ℓ당 800원에 육박, 차주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크게 늘었지만 화주(貨主)들이 제시하는 운임에는 유가변동분이 반영되지 않아 운송료 수익이 손익분기점 이하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차주들 사이에서는 '뛰면 뛰는 만큼 손해'라는 인식이 번져 운송주문을 거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화물 알선업자들 역시 수수료도 챙기지 못하고 화주와 차주 양쪽에서 욕만 먹는다며 일시 휴업을 검토하는 실정에 이르렀다.

트레일러 지입차주 김모(44.포항시 장성동)씨는 "25t의 철강재를 싣고 포항에서 서울까지 가는 운임은 45만원 가량인데 기름값만 22만원 가량이나 든다"며 "서울서 내려올 때 빈차로 올 경우 통행료와 식대 및 숙박비를 공제하면 인건비는커녕 필수경비도 건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일부 업체들은 납기일을 어겨가며 수송차량이 구해질 때 까지 제품을 사내에 쌓아두는 경우도 많은데, 최근 포항공단 ㄷ.ㅅ사 등 일부 대형 업체들은 3, 4일씩 출하중단 사태에 시달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운송업체 권모(49) 부장은 "수도권으로 운행하는 기사들은 빈차로 내려오지 않으려고 하행물량을 구할 때까지 2, 3일씩 대기하는 것도 예사"라며 "지입차의 경우 경비보조 차원에서 회사측이 대당 10만원씩의 지원금을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알선업체 ㅇ사 이모(57) 사장은 포항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1천여대 대형 화물차 가운데 70% 가량을 지입차로 추정한 뒤 "지입 차주들이 기름값과 고속도로 통행료를 감당할수 없어 국도 이용이 가능한 경.남북 일대만 배차를 요구, 수도권으로는 물류수송이 일부 마비되고 있다"며 조만간 물류대란 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공단업체 등 대형 화주들은 유가인상에 따른 물류비 인상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구미, 부산, 창원, 울산 등 다른 물류거점 도시 및 관련 업계의 눈치를 살피고 있고, 화물업계와 운송관련 노동단체는 "이런 상황이라면 차를 세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어서 화물차가 모두 멈춰서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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