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객차 시트는 불에 어느 정도 약한 것일까? 지하철공사가 27일 월배차량기지에서 취재기자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를 공개 실험했다.
이날 실험 대상이 된 시트는 10×20cm 크기의 조각. 하나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것을 그대로 썼고(현시트), 다른 하나는 이날 다시 방염처리한 것(재방염)이었다.
실험은 3가지 상황을 놓고 이뤄졌다.
첫째는 그냥 라이터 불을 10여초 갖다 대 결과를 보는 것. 이때는 현시트나 재방염한 것이나 차이가 없었다.
모두 다 그을리기만 했을 뿐 불꽃이 일어나지 않았다.
둘째는 불꽃 온도가 840℃ 정도 되는 가스 토치로 두 시트 조각을 태워 보는 것이었다.
이 실험의 결과는 뚜렷이 달랐다.
현시트는 2, 3초만에 시커먼 연기를 내며 타들어갔고 5초 뒤 토치를 제거했지만 불길이 계속 번져 약 40초만에 전소됐다.
반면 재방염 시트는 옅은 연기를 내며 불이 붙는듯 마는듯 하다가 토치가 제거되자 7, 8초만에 불길이 꺼졌다.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재방염 시트에는 자기 소화 능력이 있어 불길만 제거되면 불이 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셋째 실험은 두 가지 시트 모두를 휘발유에 담갔다가 꺼내 라이터로 불붙이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그러나 휘발유가 묻자 재방염 처리된 시트조차 힘을 못썼다.
두 가지 시트에서 모두 짙은 연기가 발생하며 삽시간에 불이 번졌다.
끝모습만 조금 달랐을 뿐이었다.
약 40초 지나자 재방염 시트에서는 연기가 옅어지면서 저절로 불이 꺼졌다.
반면 현시트는 타 녹으며 두 조각으로 갈라졌다.
이날 실험 결과에 대해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우선, "현재 객차에 장착돼 있는 시트는 방염처리한지 오래돼 방염 효과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1995~97년 사이 제작된 그 시트는 내구성이 반영구적이라고 해서 '난연 2등급' 판정을 받은 제품이었다.
그런데도 10년도 채 안돼 방염 효력이 상실된 것. 그 관계자는 이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이날 실험을 통해 내려진 두번째 판단은 휘발유나 신나 같은 초인화성 물질이 가세되면 방염 처리도 무력화된다는 것이었다.
더욱이 이번 지하철 참사 때의 중앙로역 플랫폼 온도는 실험용 토치 불꽃보다 훨씬 높은 1천300℃로 추정됐고, 시트에는 휘발유가 뿌려졌었다.
때문에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지하철 의자 자체를 알루미늄 등 불연성 재료로 교체하지 않는 한 근본적 대책이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했다.
그런데도 대구 지하철공사는 현재 운행 중인 204량의 객차에 있는 3천254조(각 3인용)의 시트를 다음달 15일까지 재방염 처리하고 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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