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언론 육성' 제도화 시급

일부 중앙 일간지가 신문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구조는 여론 독과점, 광고 독과점으로 이어져 정부 정책 결정에 악영향을 미치고 지방 여론의 형성을 가로막는 등 폐해가 크므로 유럽처럼 법적, 제도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세계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김영호 시사평론가는 한국지방신문협회(회장 김상훈) 주최로 5일 춘천에서 열린 '참여정부와 지방언론' 세미나에서 "조선·중앙·동아 3사가 신문 판매 시장의 75%를 지배, 정부의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50% 이하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인 지배체제의 3개 과점 중앙지가 신문시장에 독과점 체제를 구축, 다양한 여론 형성을 차단해 민주사회의 성숙을 가로막고 있다"며 "이들 신문사가 만든 '가공의 여론'을 정치권력과 행정이 정책에 반영한 나쁜 사례가 무수하다"고 지적했다.

유재천 한림대 교수도 "유럽은 언론의 다양성과 내외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보호제도와 언론지원 및 육성을 위한 정부 개입을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있다"며 "신문시장의 독과점과 불공정 거래행위는 철저히 규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교수는 그러나 "정부의 언론지원 정책과 상관없이 언론과 정부는 고유의 역할과 임무를 존중하고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욱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은 "지방분권은 우리나라가 21세기에 달성해야 할 사회적 목표"라면서 "지방언론육성과 지방분권은 궤를 같이 하므로 지방언론을 육성하되 언론자유를 더 잘 실현하고 저널리즘의 발전이란 목표를 잃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 한국지방신문협회는 "중앙지가 무가지 살포와 경품 제공으로 지방 신문시장에 약탈적으로 침투하는 것을 막아 지방지가 지역 여론형성의 주역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이달 말 부산에서 열리는 2차 회의에서 지방언론육성책을 마련해 정부에 전달키로 했다.

10대 지방언론 '참여정부...' 세미나

한국지방신문협회(회장 김상훈)는 5일 춘천 강촌리조트에서 창립총회 및 '참여정부와 지방언론'을 주제로 세미나를 가졌다. 총회와 세미나에는 매일신문을 비롯 부산일보, 강원일보, 경남신문, 경인일보, 광주일보, 대전일보, 전북일보, 제주일보, 충청일보 등 전국의 10대 지방 유력 일간지 발행인과 편집국 관계자 70여명이 참석했다.

세미나에서는 참여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지방분권 정책에 따른 지방언론의 역할과 지방언론육성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특히 일부 중앙지의 시장 독과점에 따른 여론 독과점, 광고 독과점의 폐해를 거론하며 법적·제도적으로 독과점을 금지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었다.

◇유재천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참여정부의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국가 경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작업이다. 지방언론은 분권적 참여민주주의 사회를 만드는 동력이 돼야한다. 지방분권이 이뤄지면 지역언론이 활성화된다.

지방언론의 현실은 이같은 역할을 감당하기에 너무나 열악하다. 지방분권화를 위해 지방언론 육성정책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외국도 지방언론 육성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영미는 언론을 사기업으로 간주해 시장의 원리에 따라 운영되도록 한다. 유럽은 언론의 다양성과 내외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보호제도와 지원 및 육성을 위한 정부의 개입을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영미와 유럽의 공통점은 △시장의 원리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원 및 보호정책을 시행하고 △시장의 독과점과 불공정 거래행위를 철저히 규제하며 △정부 지원과 상관없이 언론과 정부는 고유의 역할과 임무를 존중하고 수행한다는 것이다.

지방언론육성 정책을 '자치 연대로서의 지방 언론'과 '반자치 연대로서의 중앙언론'이라는 대립 구도로 몰아가서는 안된다. 지방언론 육성책이 지방 중소기업 육성책과 궤를 같이 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영호 시사평론가=자본우위에 있는 중앙 일간지들이 약탈적 지방 시장 침투에 나서 지방 일간지가 집단 도산 위기를 맞고 있다. 이삿짐 옮겨주기로 시작된 부수경쟁이 자전거, 컬러TV까지 경품으로 등장해 시장 질서가 문란해지면서 판매 사원간에 폭력 행위가 일어나고 살인 사건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시장 문란은 김대중 정부가 시장 논리를 내세워 신문고시를 폐지한 것이 주원인이다. 2001년 신문고시를 부활했지만 조선, 중앙, 동아 등 독과점 신문과 마찰을 빚고, 신문협회가 방관하고, 공정거래위가 개입하지 않아 이에 따라 신문의 독과점이 심화되고 있다. 독과점 신문들은 거듭된 증면으로 광고시장 독과점 구조를 만들었다. 재벌들이 관행에 따라 지방신문에 주던 광고를 없애 지방지 광고가 중앙지로 전이되는 현상이 생겼다. 광고 독과점은 경제를 왜곡하는 요인이 된다.

서울 지방지인 중앙지는 어업, 농업 등 지방의 산업을 거의 다루지 않고 지방의 사건사고도 외면한다. 농민 문제도 집단시위에 나서지 않는 한 보도하지 않는다. 수도권의 폭우는 상세히 보도하지만 지난해 폭우로 강릉이 수몰되는 대사건이 일어났으나 주요뉴스로 다룬 중앙지는 한 곳도 없다. 그 결과 중앙정부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홍수에 대처하지 못했다.

1인 지배체제의 3개 중앙지가 신문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사회적, 정치적 문제를 낳는다. 족벌 신문사 사주의 가치관이 여론지배 형태로 나타나 국가정책 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폐단을 지닌다. 이런 여론은 '가공의 여론'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정치권력과 행정은 가공의 여론을 정책결정에 반영한다.

중앙집중 정책 또한 그렇다. 지방언론과 지자체가 연대해 중앙집중을 유발하는 정책을 비판하고 견제해야 한다.

중앙 3사가 75% 이상의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를 50%이상 지배하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한다. 상품 독과점은 질 저하와 값 인상을 낳지만 여론 독과점은 국가의 존립 자체를 흔드는 등 폐혜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김영욱 한국언론재단 선임연구원=정치 경제 문화가 모두 서울로 집중된 기형적 구조가 지방 일간지의 발전을 가로막는 최대 원인이다. 지방 분권은 21세기에 우리가 달성해야 할 사회적 목표이다. 그러나 몇년만에 분권, 지방균형발전을 이룩하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지방언론 발전도 장기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또한 언론자유를 실현하고 한국 저널리즘의 발전이란 목표를 잃지 않아야 한다.

중앙지가 중앙 집중적 시각에서 잘못된 지적을 할 때 지방지가 분권적 시각에서 대항해야 한다.

지방지는 중앙정치, 경제, 국제 등에 대해 기본적인 정보욕구를 갖고 있는 독자층을 주요 공략 목표로 삼아야 한다. 중앙, 전국, 국제 정보를 전국지와 같은 형태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중앙지를 읽지 않는 독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없애기 위한 방편이다. 중앙지 보도 방식을 탈피해 스트레이트에 해당하는 기사는 상대적으로 작은 분량으로 처리하고 정보형, 해설형 기사쓰기를 해야 바람직하다. 현장취재보다 통신 기사나 타 신문 기사에 의존하며 주요사안을 확인하는 정도로 작성하는 것도 방법의 하나다. 정치, 경제, 국제의 전체적 흐름을 읽되 지역 사정에도 밝아 서울에서 발생하는 일이 지역에 미칠 영향을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기자가 있다면 더욱 이상적이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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