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아! 세종대왕님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다.

한글은 다른 민족의 문화와 구별하는 잣대가 되고 우리의 혼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우리만의 자랑거리였다.

그러나 휴대전화와 e메일등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이 상용화 되면서 통신언어가 범람, 우리말을 극단적으로 변형시켜 한글의 정체성까지 뿌리째 흔들고 있다.

1990년대 부터 축약과 빠른 의사전달을 위해 사용되던 '1세대 통신언어'와는 달리 최근의 '2세대 통신언어'는 한글자모, 한자, 일본어 등을 멋대로 조합시켜 일반 네티즌조차 알아보기 힘든 병신체나 외계어처럼 만들어 버렸다.

▲2세대 통신언어인 '외계어'는 기존 문장을 극도로 축약하고 한자, 숫자, 영어, 특수문자등 컴퓨터에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문자를 이리저리 짜맞춘다.

문법파괴도 두드러 진다.

우스우면 "ㅋㅋㅋ" "ㅎㅎㅎ"로 표기하고 휴대폰 번호는 '펀버누' 내용없음은 '냉텅텅'등이다.

"요새 겅뿌 잘 하고 있남? 니 폰 샀다미! 추카추카 이버네 셤 치면 잘 할끄쥐? 빠이땅". 한 중학생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다.

이 학생처럼 대부분 청소년들이 채팅이나 e메일에 사용하는 통신언어를 이제는 일상생활에서 까지 사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같은 현상은 비단 우리만의 일은 아닌 듯 하다.

영국의 BBC는 최근 이른바 문자메시지 확산으로 언어.문법파괴 현상이 심각하다고 인터넷판에 보도했다.

이 방송은 휴대전화와 e메일의 시.공간적 제한이 이같은 글자의 축약,도형화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예를들어 summer=smmr, before=b4로 표기하는 식이다.

이같은 축약문자는 정상적인 쓰기보다 쉽기 때문에 쉽게 확산되고 있다는것.

▲인터넷공간에 범람하고 있는 잘못된 말들은 이제는 초.중등학교까지 파고들어 한글이 만신창이가 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교육계에선 이대로 방치하다간 한글사전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특히 초,중등학생 경우 언어 습득능력이 우수하고 이러한 언어를 구사하는 것을 동료들에게 과시하려는 심리까지 겹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다행히 최근 상당수 인터넷에선 "병신체, 외계체등 정체불명의 언어를 사용하면 무조건 삭제 조치하겠다"며 바른글 운동을 펴고 있다.

이런 기형적 언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네티즌들 사이의 반성이다.

별도의 번역까지 해야할 정도의 언어파괴라면 세대간의 괴리는 물론이고 결국은 국가적인 위협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한글은 의심할 여지없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다.

이를 이지경으로 망가뜨려 놨으니 "세종대왕님! 정말 죄송합니다"고 빌어야 할 판이다.

도기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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