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는 오수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새없이 와서는

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

아, 보아라 보아라

아직도 천년 전의 되풀이다.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사람아 사람아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을 내는 사람아.

박재삼 〈천년의 바람〉

가슴을 영원 쪽으로 트이게 하는 시다.

한때 미당이 놓치고 간 우리 정한의 하늘을 새롭게 열어 보이고 있다.

자연이 하는 놀이는 무위(無爲)이기 때문에 천년을 지나도 그 재미는 지칠 수 없다.

이런 순수 무구한 보배를 모르고 인간은 스스로의 눈병 때문에 가짜 보석을 탐내어 짧은 생애를 지치다 끝나는 것이다.

권기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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