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풀러턴(Fullerton)시.
미 서부 최대도시인 로스앤젤레스와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전형적인 외곽도시이다.
풀러턴시는 인구가 13만명이 채 안되는 소규모 도시이지만 시정부의 권한과 지위는 거대도시 로스앤젤레스와 같다.
풀러턴시는 우선 경찰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풀러턴시 경찰국에 소속된 150여명의 '풀러턴경찰'이 지역 주민의 치안을 도맡아 책임진다.
그러나 풀러턴시가 반드시 경찰국을 갖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돈 뱅크헤드 풀러턴시장은 "예산 사정 등을 살펴 자체 경찰국을 운영할 상황이 되지 않는다면 경찰국을 폐지할 수도 있다"며 "다만 우리 지역은 주민 소득수준이 높고 그에 따라 지방세도 많이 걷혀 시 재정도 안정적이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보다 질 높은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직접 경찰국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정부가 경찰국을 두지 않을 경우 상급 정부인 오렌지카운티 정부와 유상 계약을 맺어 파견 형식으로 카운티 경찰을 시에 직접 고용해 경비를 줄일 수 있다.
오렌지카운티내에는 자체 경찰국을 두지 않은 시정부도 상당수에 이른다.
이같은 결정은 전적으로 시정부의 판단에 의해 이뤄진다.
풀러턴시 정부는 독특한 구조를 띠고 있다.
5명의 민선 시의원들이 돌아가면서 4년 임기의 시장직을 맡는다.
또 시의회에서 고용한 행정전문가인 시 매니저(city manager) 2명이 공무원 채용에서부터 예산 운용까지 시 행정을 도맡아 처리한다.
시장과 시의회는 정책 결정만 하고 나머지 도시 운영은 시 매니저에 일임해 둔 상태다.
미국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의회-매니저형' 정부 형태다.
실제 풀러턴시 인근의 애너하임시와 로스앤젤레스시 등은 주민들이 직접 시장을 뽑는 등 풀러턴시와는 판이하게 다른 정부를 갖고 있다.
이들 도시는 자체 헌장(Charter)을 갖고 시장과 시의회가 도시를 직접 운영해 나가는 '시장-의회형' 정부 형태를 택하고 있다.
민선 위원(commissioner)들이 시장과 각 행정부서의 장을 맡으면서 입법권까지 지니는 '위원회형' 지방정부를 가진 도시도 있다.
미국은 지방정부에 대부분의 권한이 집중돼 있는 만큼 지방정부의 형태도 매우 다양하다.
대부분의 주정부는 지방정부 형태를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지방정부의 자치조직권을 주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전역을 통틀어 완전히 동일한 형태의 정부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미국을 '지방자치제의 전시장'이라 일컫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뉴욕시의 경우 시장은 물론 시의회 의장과 감사국장, 검찰총장 등을 시민들이 직접 선출한다.
또 시역을 한국 광역시 '자치구'의 개념과 유사한 5개의 '보로(borough)'로 나눠 놓았다.
직선으로 선출되는 보로장(president)은 제한된 자치권을 갖고 보로를 운영한다.
그러나 로스앤젤레스(LA)시 시민들은 15명의 시의원을 직접 뽑을 뿐 시의회 의장을 뽑기 위해 투표를 하지 않는다.
또 LA시는 뉴욕시의 보로와 같은 하부 행정기관을 두지 않은 채 시 전역을 일괄 운영한다.
LA시 돈 류 부시장은 "미국 지방정부의 다양성은 곧 각 지역과 그 주민들의 고유한 특성이 절대적으로 존중된다는 증거"라며 "일사불란한 통치를 위해 정부 형태를 일괄적으로 통제하는 중앙집권제 또는 불완전한 지방자치제는 복잡 다양한 개별 지역의 특성을 소화해 내지 못해 결국 각 지역의 발전에 장애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행정의 다양성은 교육행정 등 타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LA통합교육구(USD) E교육구 릴리암 레이스 카스티오 교육감은 "지역 상황을 가장 잘 아는 그 지역의 교육가가 자율적으로 교육행정을 풀어나가기 때문에 당연히 지역별로 특색있는 교육 정책과 제도가 시행된다"고 말했다.
지방정부의 다양성과 함께 지방 정치의 자율성도 엄격히 보장된다.
미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LA시 등 각 지방정부 시장과 시의회 선거에 중앙정당의 공천 등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미 공화당 에드워드 로이스 연방 하원의원 보좌관인 영 김씨는 "지방정부는 지역 주민들에게 안정적인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 발전 방안을 찾기 위해 존재한다"며 "이같은 지방정부가 정당간 정쟁에 휩쓸릴 경우 자칫 제기능을 잃을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중앙정당은 지방정부의 구성과 운영에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이현우기자 hooree@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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