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첨단도시로 가는 대구

최근 대구시 과학기술진흥실을 방문한 기자는 상상 밖에 반갑고 고마운 장면을 목격했다.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수습 과정에서 실종자 유가족들로부터 불신임을 받은 이후 대구시 주요행정이 멈춰버린 듯하다는 소문이 무성하던 터라 걱정을 앞세우며 과학기술진흥실을 찾았는데 사실은 달랐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벤처와 신산업을 담당하며 급속하게 경제가 하락하고 있는 대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길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첨단산업도시로 육성하는 것이라며 '과학기술 및 첨단산업' 전담부서를 설치해야 한다고 지상으로 주장했던 것이 허무하지는 않았구나라는 뿌듯함(?)도 느꼈다.

요즘 첨단과학기술계의 최대 관심사는 양성자기반 공학기술개발사업단이 추진하고 있는 양성자가속기 설치 후보지의 선정이다.

이 후보지 선정을 둘러싸고 이미 전북 익산, 전남 영광 등 몇몇 도시들은 이 시설 유치가 지역경제에 미칠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에 주목하고 치밀한 유치계획을 추진해 왔다.

그런데 지난 2월 '뒤늦게' 출범한 대구시 과학기술진흥실이 경북도, 경북대, 영남대, 포항공대 등과 광역협력체계를 구축한 뒤 대구시 동구 각산동 일대에 양성자가속기를 유치하는 사업을 강력하고 신속하게 추진, 전국 5개 후보지 중 가장 유력한 곳으로 급부상시켰다.

다음주로 계획된 평가단의 현장실사에서는 다수의 전문인력이 포진하고 있는 대구의 입지조건과 연구환경의 우수성이 다시 한 번 증명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양성자 가속기 설치후보지 관련 사업추진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결정의 신속함이다.

이 계획에 관한 대구시의 결재가 바로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수습과정에서 빚어진 대구시정에 대한 불신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은 너무나 다행스럽다.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 대구시민들의 슬픔이 극에 이르고, 시장 사퇴 주장까지 나오는 황망한 상황에서도 대구의 미래를 위한 계획이 진행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매일신문이 신년특집으로 두달간 기획, 연재했던 '테크노@테크노' 시리즈가 대구시 공무원들의 교양교재로 만들어져 활용되고 있다는 소식도 반갑다.

이는 대구.경북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할 책무를 진 지역언론과 지방정부가 서로간 공부하며 공감대를 넓혀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너무 큰 슬픔과 좌절감에 빠진 대구가 이 아픔을 통해 투명하게 도시를 경영하고, 첨단흐름을 앞서가며 밝은 미래를 개척해 나갈 때에만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고, 대구시민의 자부심을 되살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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