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도부는 12일 청와대 회동에서 특검법 문제를 논의했으나 예상대로 이견 조정에 실패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부에서 노 대통령의 수정 제의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되고 이에 대한 최종 결론을 14일 의원총회에서 내릴 전망이어서 막판 절충의 가능성을 남겨 놓고 있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은 특검법 거부권 행사 시한인 15일 이전에 여야간 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특검법을 그대로 공포해야 한다.
12일 청와대 회동에서 노 대통령은 특검법 문제와 관련해 한나라당 지도부에 2가지를 요청했다.
자금조성·송금은 국내 부분에 한정하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까지 철저히 조사하고, 대북거래와 관련된 부분은 조사와 형사소추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것.
노 대통령은 또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14일 국무회의에 앞서 여야가 타협안을 만들어달라는 요청도 했다.
유인태 정무수석은 구체적인 일정까지 제시했다.
여야가 특검법 수정안을 만들겠다는 합의를 13일중에 하면 노 대통령이 14일 특검법을 공포한 뒤 수사범위와 기한을 축소한 수정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수용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희태 대표권한대행은 이 자리에서 "특검을 하더라도 북한측을 조사할 수 없는 이상 수사범위는 자연스럽게 제한될 수 밖에 없고 북한관계를 조사하지 않으면 진상규명이 되지 않는다"며 노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했다.
강경론은 13일 오전까지 계속됐다.
수정 불가를 재확인했다.
이상배 정책위의장도 "특검법을 공포·시행한 이후 문제점을 보완하면 되는 것이지 사전 수정은 안된다"면서 "(사전 수정은)출산전에 성형수술부터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공식적 입장과는 달리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벌어질 대치정국에 한나라당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만큼 특검법 수정협상을 거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13일 최고위원회의는 갑론을박 속에 14일 의원총회로까지 결론을 유보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이는 영수회담까지 갖고서 대통령의 요청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대선 전 대북특사 파견 등의 악재도 도사리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은 이날 간부회의를 갖고 특검법 수정 필요성을 제기하면서도 기존 특검법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균환 원내총무는 "한나라당이 특검법 수정협상에 응하면 대화를 통해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총무는 "대북송금은 현대가 30년동안 대북사업 독점권을 확보하기 위한 자금으로 간 것이며 그런 것에 대해 특검제를 도입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당의 기본입장"이라면서 "기업이 한 일을 특검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대북 송금은 비리사건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여야간 타협이 무산될 경우 당내 기류 등을 감안할 때 대야관계 악화라는 부담이 따르긴 하지만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들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야당 지도부와의 직접 대면을 통해 특검법 수정의 필요성을 설명한 만큼 거부권 행사의 명분은 어느 정도 갖췄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 아니냐는 것이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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