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위원석-쏟아지는 의료기사 신중히

3주전 내가 살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대구에서 말도 안 되는 사고로 수 백명의 인명이 다치고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시작은 정신나간 사람의 어처구니없는 생각으로 낸 불이지만 그 결과는 가히 상상할 수 없이 엄청나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사건의 전말이 하나 둘 밝혀지면서 그 배경에는 허술한 기초로부터 유발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하공간을 돌아다니는 객차의 시설물들이 조그만 불장난에도 쉽게 타버리는 재질로 되어있고 기본적인 안전수칙의 교육도 제대로 되지 않은 기관사가 시민의 발을 좌지우지하고 시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고 관리해야할 상급기관에서도 '괜찮겠지' 하며 방치하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런 대형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일이 추진되었고 그 결과는 엄청난 것이다.

지금 와서 재난대책을 세우고 관리를 철저히 한다고 해서 이미 세상을 달리 하신 분이 돌아오지 못할 것이고 부상으로 신음하는 이들의 고통을 얼마나 덜어줄 수 있을까?

요즈음 건강보험재정의 악화로 건강보험공단이나 보건복지부에선 경미한 감기는 집에서 하루 이틀 두고 보자는 광고를 하고 있다.

물론 건강보험재정의 악화가 어떤 원인에서 유발되었는지는 각 이해단체의 의견이 분분해 이를 차치하고라도 한사람의 의사로서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옛말에 감기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했다.

가벼이 여긴 증상을 방치하여 큰 병을 일으켜 오히려 더 고생하는 경우를 진료현장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여기서 가벼운 질환, 또는 감기증상이 경하다고 생각되려면 우선 질병에 대한 insight를 가져야 되는데 우선 선행되어야 할 것이 기본적인 자신의 건강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자신이 어떤 특정 질환에 대해 자유롭다는 객관적 평가를 하여야 하고 기초적이나마 증상에 따른 질환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실력(?)을 습득한 후에나 가능하다고 본다.

최근 들어 건강에 대한 많은 관심 으로 언론매체나 인터넷을 통해 건강상식에 대해 수많은 자료들이 무절제하게 유포되고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며 섭생 방법이 일반시민에게 제한 없이 다가오고 있다.

환자들은 귀가 얇아지는 법이다.

무슨 대단한 치료법이라고 신문이나 TV 같은 언론에서 소개하면 목숨을 걸고라도 해보려하고 그로 인해 많은 피해가 속출하는 것이 사실이다.

검증되고 가능성이 확인된 사실만이 알려지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그 기본에는 의사를 신뢰하지 않게 된 현실이 문제이다.

여기에는 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의 책임도 있고,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를 허약하게 만들도록 한 의약분업 와중의 정부나 시민단체의 언론플레이도 크게 작용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된다.

최근 몇 주간 매일신문 기사에서 질병에 대한 시민 홍보의 내용 중 소아 구강내 질환에 대한 치과의사회 게재 내용으로 수족구병, 수두, 이하선염, 홍역 등의 질환을 다룬 내용이었었다.

위에서 언급한 질환은 모두 전염성을 가진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대부분이 대증요법으로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그러나 대증요법 만으로 치료가 가능할지 여부의 판단은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진찰한 의사의 소견이 우선돼야 하며 가장 중요시 되는 전염성의 전파에 대한 대책이 기사의 내용에는 빠져 있다는 것이다.

환자의 상태 변화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막연히 해열제나 먹이고 있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대부분의 환자는 자연 치유가 될지라도 소수의 환자에서는 합병증이 발생할 것이고 그 환자 본인에게는 100%가 된다는 사실이다.

또 전염성을 가진 환아가 유치원이나 학교에 등교한다면 제2, 제3의 환자가 속출하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물론 '그 정도는 알겠지' 할 수 있지만 기초되는 것은 항상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김대훈(의사·본사 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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