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부 소대헌·호연재 부부의 한평생(허평진 지음/푸른역사 펴냄)
타협을 모르는 꼿꼿한 선비정신의 표상인 사대부(士大夫).
이들은 조선을 움직인 실질적인 힘이었고, 그 힘은 면면히 이어져 오늘날 우리나라를 있게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분연히 일어섰던 구국의 혼들은 대개가 사대부 출신들이었고, 절대 왕권시대때 죽음을 무릅쓰고 왕의 독주에 결연히 맞섰던 세력도 사대부였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발호된 식민사관은 사대부를 사색당파의 원흉이자 결국 조선을 멸망에 이르기까지 한 철저한 이익집단으로 몰아붙였다.
이에 따라 선비(士)는 꼬장꼬장하고 쓸데없는 허례허식과 횡포를 부리며 당쟁을 일삼아 나라를 불안케하는 존재로 인식돼 온 것도 사실이다.
연세대 허경진 교수가 지은 '사대부 소대헌·호연재 부부의 한평생'(푸른역사 펴냄)은 사대부 가정을 엿보는 한 가족사이지만 이름을 남기지 않은 또 많은 사대부들이 자신만의 올곧은 삶을 영위한 만큼 사대부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고치게 해 준다.
이 책은 사대부를 칭송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사대부의 생활을 드러내면서 이들의 삶이 이러했음을 보여주고 나머지 문제는 읽는 이들에게 맡긴다.
주인공인 소대헌·호연재 부부는 명문가의 자손이지만 두드러진 족적을 남긴 이들은 아니다.
소대헌은 대사헌을 지낸 동춘 송준길의 증손인 송요화(1682~1764)이고 호연재는 병자호란 때 강화성이 함락되자 화약에 불을 질러 자결한 선원 김상용의 고손녀 김씨(1681~1722)다.
우의정까지 지냈던 김상용의 동생이 호란 당시 척화파로 잘 알려진 청음 김상헌이다.
여성 문인이 드문 시대에 살았던 탓에 많은 시문을 남긴 호연재가 남편인 소대헌보다 더 잘 알려져 있다.
또 호연재는 "남편이 나를 버린다면 나도 구태여 매달리지 않는다"고 말할 만큼 당당한 여성으로 알려져 있고 이러한 호탕한 기질은 '여성의 투기는 남성의 패덕에서 비롯된 것', '첩은 적국(敵國)' 등의 표현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책에서는 이들 부부의 생활을 통해 18세기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대전 송촌동에 있는 이들 부부의 옛집과 일상생활에서 사용한 각종 물품들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돼 있는 탓에 부부의 연을 맺은 이후 살 집 마련, 소대헌과 호연재의 하루생활, 놀이, 관직생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일상생활을 299점의 사진자료와 함께 기록했다.
300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한 사대부 부부의 삶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혼탁하고 어지러울수록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꿋꿋한 기상으로 독야청청했던, 진정한 사대부에 대한 그리움때문일 것이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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