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가짜사회

만약, 면허증이 없는 가짜 운전사가 가짜 휘발유를 넣고 운전한다면 참으로 위험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가짜와 유사한 말로는 엉터리, 모사품, 위장, 사이비로부터 고상하게는 복사본, 이미테이션, 시뮬레이션까지 다양하다.

사회가 복잡할수록 가짜의 종류도 많다.

가짜참기름, 가짜명품, 가짜도사에서 가짜얼굴, 가짜마음까지 셀 수가 없다.

가짜에 대한 역사는 우리 전래동화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호랑이가 어머니옷을 입고 아이들에게 어머니라고 우기면서 문을 열어 달라"는 '햇님달님 이야기'는 가짜가 세상에서 잘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기도 한다.

철학자 플라톤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데 한 평생을 바친 사람이다.

플라톤이 말하는 진짜는"다른 것과 섞이지 않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가짜중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것은 사람자체의 가짜다.

얼굴가짜와 마음가짜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 몸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는다.

마음도 순수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몸도 마음도 변해 버린다.

플라톤식으로 엄격히 말하면 우리 모두는 어쩜 가짜일지 모른다.

몸은 화장과 성형으로 바꾸고 마음은 주어진 상황에 따라 쉽게 변해 왔기 때문이다.

가짜들만 사는 세상이 있다면 참으로 혼란스럽고 허망할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가짜들이 살기에는 너무나 고달프고 가혹하다.

왜냐하면 세상 여기저기에 빛과 같이 밝고 투명한 진짜 사람들이 많아서 어둠속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가짜들을 하나하나 지워 가기 때문이다.

자, 이제부터라도 몸은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에 맡기고 마음은 동심으로 돌아 가보자. 가짜가 없는 사회보다 가짜라는 말 자체를 모르는 사회가 되었으면 더 좋겠다.

진짜에 대한 해답을 더 구하려면 다소 벅찰지는 모르지만 플라톤 철학의 문을 한번 두들겨 보자, 힘껏.

이동성 대구과학대교수·멀티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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