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제도는 인류가 만든 필요악이다.
덕치(德治)와 선정(善政)으로 국민들을 편안하고 풍족하게 해줄 수 있겠지만, 대개의 경우 그것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역사상 많은 정권들이 국민들을 속이고, 괴롭히고, 군림하는 자기도취의 병증을 보여왔다.
평등사회를 국가이념으로 내세운 공산주의 체제에서도 마찬가지다.
공산이론의 속성이 '평등'을 선동하여 '반평등'을 만드는 위선이기 때문이다.
'착한 정권'이란 있을 수 없다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오죽 했으면 카뮈 같은 프랑스 작가(1913~1960)는 이런 말을 남겼을까. "수년 전부터 나는 정치 연설을 듣거나, 우리를 영도하는 자들의 연설문을 읽을 때마다, 인간다운 소리를 전연 들을 수 없다는 사실에 경이를 품는다.
항상 똑같은 거짓말을 똑같은 말로하고 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프랑스 국민들을 상대로 직업별 신뢰도 조사를 해보니 50년 전 카뮈의 생각과 달라진 게 없었다.
1위는 소방관(98%)이었고 의사.간호사, 교사(70%)로 내려갔다.
다른 사람의 호주머니를 터는 광고업자(11%), 부동산 중개인(10%)이 최하위였지만 그보다 못한 집단이 꼭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정치인(6%)이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리는 국민 위에 군림해 온갖 위선과 거만을 떨며…"프랑스 국민들의 혐오와 경멸이 귀에 쟁쟁하다.
▲요즘 우리 정가에 사람 바뀌는 소리가 요란하다.
철이 달라지면 집안 대청소를 하듯, 새 정권이 들어서면 물갈이를 하는 것이 세상 이치니 나무랄 바 아니다.
그런데 그 물갈이가 카뮈의 이야기대로 '똑 같은 거짓말을 똑 같은 말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국민들이 눈여겨보았으면 한다.
전 정권들이 온갖 구실과 핑계를 대 시행한 개혁이 결국은 자기 입맛대로 아니면 위선이란 것을 경험해온 바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는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임기직 공무원에 대한 임기를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었다.
개혁의 전도사에 걸맞은 민주제도의 발전이라는 기대를 일으켰다.
▲그런데 그게 빈말이 될 판이다.
대통령의 불신을 사 검찰총장은 임기 4개월만에 옷을 벗었고, 며칠 전에는 공정거래위원장이, 어제는 금감위원장이 사퇴했다.
부(副)자 달린 분들도 덩달아 집에 갔다.
새 정부의 '옷 벗기기' 서슬은 공기업에까지 닿고 있다.
경영성과가 좋아 연임이 확실시되던 포스코 유상부 회장이 주총을 하루 앞둔 어제 사퇴의사를 밝혔다.
기관투자가 의결공시에서 80% 이상이 연임을 찬성하고, 외국인 주주 대표가 OK 사인을 내도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이게 제왕적 정권, 인치(人治)의 조짐이 아니고 무엇일까. 그렇다면 패망한(?) 전 정권들과 무엇으로 차별화 할 것인가. 5년 뒤가 눈에 아른거린다.
박진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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