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POSCO)회장의 임기는 5년 단임제인가.
묘하게도 역대 포스코 회장은 새대통령 취임직후 바뀌었다.
DJ정권 말기 타이거풀스 주식매입(DJ아들비리)에 연루돼 "DJ인물"로 세인의 입에 곱잖게 오르내렸던 철의 사나이 포스코 유상부 회장이 13일 돌연 포스코를 떠났다.
김만제 전 회장이 YS 취임직후 회장을 맡아 5년만인 98년에 떠난 지 딱 5년.
박태준 초대회장(11년)이후 단임제(單任制)가 된 듯한 느낌이다.
사퇴나 퇴진이라는 말이 싫다며 굳이 "연임고사"라는 용어를 사용한 유 회장은 '떠나는 글'을 통해 "포스코의 진정한 도약과 발전을 바라는 충정에서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는 말했다.
교체냐 연임이냐에 대한 세간의 무성한 추측에 느긋하기만 했던 (외국인 주주의 지원 절대적) 유 회장이 주주총회(14일) 대목날 전격 사임하면서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니 누가 믿겠는가. 이런 글까지 남기고 왜 갑자기 사임했는가에 대한 의혹만 증폭시켰을 뿐.
최근 전 경제부총리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포스코 회장 자리는 옥상옥(屋上屋)이라고 회장무용설을 제기하면서 유 회장의 연임이 물 건너갔다는 중론 속에서도 상당히 오래 버틴 셈이다.
유 회장의 사퇴에 대해 일각에선 관치 인물이라서 들어냈다면 이는 곧 신관치가 아니냐고 목청을 돋우고 있다.
官治 여전하다는 여론도
포스코 회장의 교체 그 자체야 별거냐고 말한다면 사실 그렇다.
지금까지 철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그 자리에 앉혀만 놓으면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번 유 회장의 퇴진이 분명 외압일진데 포스코가 창립 32년만에 공기업에서 완전 민영기업으로 바뀌었으나(2000년 10월4일) 관치만은 여전하다는 이야기로 발전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포스코는 현재 외국인 주식이 61%나 되는 국제기업으로 과거처럼 생사여탈권을 정부가 쥐고 있는 관영기업이 아니다.
오늘 주주총회에 참석한 외국투자자들은 최근 이사회에서 연임추천된 유 회장이 이사회 의결후 한달도 안돼 사임한 데 대한 해명을 요구할 것이 뻔하다.
이에 대한 답변을 누가 뭐라고 할 것이며 후진국 횡포라고 떠들어대는 그들의 입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또 신(新)관치라는 용어의 등장에 대해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개혁바람이 거세지자 기업들은 기대반 우려반 속에서도 이제 관치.정경유착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의 비호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는 기업풍토가 조성되고 있다는 판단이 아니겠는가.
유 회장은 긴축경영 일변도로 대내외 인기는 아주 바닥이나 성공한 경영인이라는 평가는 받았다.
외국 철강회사 대부분이 경영실적만 좋으면 수십년 한자리에 있는 점을 감안하면 유 회장이 언제 미국이나 일본 철강회사 대표로 가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새정부 들어서면서 뭔가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만은 확실하다.
그러나 경제여건 악화에 따른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기업들의 불안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새정부는 개악도 좋으니 개혁만하면 된다고 마구 내칠 것이 아니라 기업이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유를 줘야 할 것이다.
기업경영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신중해야 한다.
정치하는 경영인 안돼야
바라건데 '소뿔 고치려다 소를 잡는'우를 범하지는 않아야 한다.
포스코 회장의 퇴진은 작은 일이지만 포스코 직원들의 사기저하는 큰 일이다.
영일만 조그마한 해수욕장에 둥지를 튼 포스코는 68년 창립당시 철강생산 연 100만t 규모로 세계 최하위 그룹이던 것이 35년만에 신일본제철을 제치고 세계 제1위(2천800만t 승용차 3천만대 생산규모)로 도약했다.
4월1일 창립35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일 계획이었던 포스코 회사측이 유 회장 퇴진에 따라 이번 행사를 모두 5년 뒤 40주년 기념행사로 미루자 2만여명의 직원들은 심드렁하다.
지방분권을 역점사업으로 하고 있는 새정부는 포스코처럼 본사를 지방에 두고 지역민들과 같이 살겠다는 기업이 흔치 않다는 점을 봐서라도 계속 세계정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오늘 주총에서 선임된 이구택 회장을 비롯한 새 경영진은 면면이 한국철강계 산증인으로 철강역사를 다시 쓸 수 있음직한 우수한 전용으로 보인다.
새팀에게 당부드린다.
과거 북향 4배하며 용비어천가만 부르다가 천수를 못 누린 일부 최고 경영자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정치하는 경영인이 되지 않길 바란다.
당신이 포항에서 영일만의 기적을 이룬 것은 포항시민들이 문전 명사십리 송도해수욕장을 아낌없이 당신에게 내준 덕분이 아닌가.
변제우(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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