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감독들이 선택할 올해 '팀 컬러'는?

15일부터 시작되는 프로야구 시범경기에서 8개 구단 감독들은 스프링캠프 동안 짜 온 판을 선보일 전망이다.

8개 팀 감독들은 각 팀 사정에 따라 시범경기에서 80~90%를 완성한 팀 전력을 드러내면서 나머지를 채우는 작업을 하게 된다.

8개 팀 감독들은 시범경기 후 '정규시즌의 캔버스'위에 그들의 성격 만큼이나 다른 팀 색깔을 칠할 것이다.

조범현 인천SK 감독, 유승안 대전한화 감독은 새롭게 무대에 데뷔하기도 한다.

'8인8색'의 감독들은 어떤 드라마를 연출하게 될까?

겁 많은 '코끼리'

대구삼성 라이온즈의 김응룡 감독은 언제나 화려한 무대의 정점에 서 있어왔다.

'코끼리'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덩치가 큰 김 감독이지만 그는 보기보다 겁이 많고 섬세하다.

덕 아웃에서 자주 비쳐지는 초조한 표정을 볼라치면 그는 승부에 대한 압박감이 다른 감독보다 커 보인다.

승부에 대한 불안감으로 끊임없이 번민하면서 이기는 데 골몰하다 오늘의 성공을 이뤄낸 것처럼 보인다.

그는 승부를 일찍 포기하지 않는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그 경기에 대해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투수를 일찍 바꾸는 등 최선을 다한다.

정규시즌의 흐름상 중요한 승부라고 여기면 에이스들을 모두 동원, 승부수를 걸기도 한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 김 감독이 승부에 대한 미련을 갖지 않기 위해 둘 수 있는 모든 수를 두며 기다릴 줄 모르는 야구를 한다는 평도 있다.

말을 많이 하진 않지만 선수들을 긍정적으로 자극하기 위해 계산된 말을 던지는 '침묵의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

김 감독은 사석에서 "해태에 20년 가까이 몸 담은 것은 다른 팀에 가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이 겁났기 때문"이라며 "우승을 많이 한 것은 운이 좋았다고 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분위기 메이커

서울두산 김인식 감독은 흔히 '덕장'으로 통한다.

좌절감에 빠질 수 있는 선수들을 다독이고 그들을 다듬어 주전 요원으로 키우는 데 일가견이 있다.

삼성 출신의 투수 이상훈과 미국에 진출했다 실패한 외야수 최경환이 두산에서 기량을 꽃피우게 한 사례도 있고 올 시즌에도 이전 소속팀에서 방출된 투수 곽채진과 권명철을 다듬어 구멍난 전력을 메우려 하고 있다.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 인맥이 넓으며 팀이 경기에 임하기 전 가족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좋은 바이오리듬을 만드는 데 탁월하다.

판 짜는 솜씨 탁월

부산롯데의 백인천 감독도 선수들을 보는 안목이 높아 판 짜는 솜씨가 뛰어나다.

장래가 유망한 젊은 선수들과의 '스킨십'을 통해 기를 불어넣으며 고참 선수들을 감싸는 관리 감각도 있다.

다만 자신감이 지나쳐 말이 앞선다는 지적도 듣는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리멸렬 상태에 빠진 롯데에 메스를 가해 그가 원하는 팀을 만들고 있다.

삼성 출신의 기대주 김주찬이 '거포' 소리를 들을 정도로 부쩍 성장한 것도 그의 능력이다.

공격형 야구를 추구하는 그는 롯데가 올시즌 지난해 부진에서 탈출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으며 그의 말이 사실로 나타날 것이라고 인정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자율야구 주창

서울LG의 이광환 감독은 '자율 야구' '책임 야구'의 주창자답게 선수들에게 긍정적 동기를 부여, 실전에서 최대한 능력을 이끌어낸다.

이러한 분위기이다 보니 팀이 상승세를 타면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

예전에 그가 사령탑으로 있을때 LG는 '신바람 야구'라는 팀 컬러를 고정화시켰으며 이로 인해 지난해 시즌 후 팬들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좋은 성적을 거둔 김성근 감독을 내치고 그를 사령탑으로 재옹립했다.

그러나 그는 섬세함이 부족해 쉽게 연패에 빠지는 '허무함'을 드러내기도 한다는 평이다.

정석 플레이 중시

지난해 처음으로 감독으로 데뷔한 광주기아의 김성한 감독도 이광환 감독과 비슷한 스타일이라는 평. 크게 이기거나 크게 지는가 하면 연승도 잘 하고 연패도 쉽게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이 김 감독의 야구에 대한 분석이다.

섬세함이 떨어져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우세하다는 전망 속에서도 김성근 감독의 LG에 패했다는 빌미를 제공했다.

현대 김재박 감독은 별 특징이 없는 야구를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석 플레이를 중시하고 작전을 즐겨 사용하지만 감독의 개성이 팀에 그렇게 많이 묻어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마운드가 강하고 타력이 약한 팀 전력에 맞춰 경기를 하다 보니 현대의 야구가 다른 팀에 비해 별 재미가 없다는 소리도 듣는다.

경기 운영 탁월

대전한화의 유승안 감독과 인천SK의 조범현 감독은 포수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포수 출신들은 경기장 전체를 보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상대 선수 파악과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나고 수비에 강한 강점을 지녀 지도자로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이다.

지난해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애너하임 엔젤스의 마이크 소시아 감독도 포수 출신이다.

그들이 어떤 경기를 펼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거리이다.

TBC 최종문 해설위원은 "감독의 성향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의 야구를 비교하며 관전하는 것도 야구를 즐겁게 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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