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첫 모의고사를 치른 고3생들과 학부모 대부분이 걱정에 휩싸였다고 한다.
언어영역을 비롯한 일부 영역이 다소 어렵게 출제돼 2학년 때보다 점수가 내려간 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94학년도부터 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이후 대다수 교사들은 단편적 지식의 암기능력을 평가했던 학력고사에 비해 사고력과 문제해결능력을 강조하는 수능이 한층 진보됐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언어영역은 수능 도입 이후 가장 많이 달라진 영역이다.
교과서 내 지문 대신 학생들이 거의 접해보지 못했던 낯선 지문을 주되 문항 자체의 난이도를 평이하게 함으로써 사고력 측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평가가 이처럼 진일보했는데도 매년 수능에서 언어영역 때문에 눈물을 떨구는 수험생이 가장 많은 건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교육과정과 일회성 국가고사 사이의 괴리라는 구조적인 문제와 교사, 학생, 학부모의 구태의연한 대처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지적된다.
먼저 수능시험은 일회성 국가고사라는 측면에서 학교마다 각기 다르게 나타나는 교사와 학생 사이의 교육 내용과 여기서 비롯된 미세한 사고력 차이를 평가할 수는 없다.
상식 수준에서 일반적인 사고력을 측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둘 사이의 괴리는 어쩔 수 없는 일.
그렇다면 수능시험이 달라지는 동안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의 대처는 어떠했을까. 우선 교사들은 여전히 '밑줄 좍, 별표 세개' 방식의 수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핵심을 정리하고 문제를 푸는 수업이 성과를 가장 쉽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더욱 안타까운 건 교과서나 기출문제에 제시된 지문의 원전을 모두 읽고 그 감동이나 줄거리를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온전히 전달해주는 교사들을 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부분과 이론수업에 치우친 학생들은 자연히 나무에 매여 숲을 헤매게 된다.
시가 주는 전체적인 감동보다 비유법을 먼저 배우고 대구(對句)나 지엽적 표현 따위에 매달리는 수업으로는 달라진 수능시험에 적응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도 점수를 따지다 보니 고2때까지 언어영역 대비는 별로 하지 않는다.
100점을 맞기는 어렵지만 0점은 없는 게 우리말이고, 정작 하려해도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공부가 언어영역이다.
학부모들은 급한 마음에 학원을 찾는다.
그러나 학원은 학교보다 더하다.
문제풀이에 주력하고 출제 비중이 높은 문학 영역에 치우친다.
이래서는 낯선 지문, 새로운 유형의 수능 문제에는 진땀만 흘리다가 망치기 십상이다.
결국 언어영역의 기본적인 대처방법은 책읽기 뿐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어려서부터 광범위한 독서를 해야 하고, 고교 들어서는 목적의식을 갖고 기본적인 내용들을 요약, 정리해가면서 책을 읽어야 한다.
고3이 되더라도 단순히 제시문만 읽고 문제풀이에 그칠 게 아니라 하나라도 원전을 읽어보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수능 언어영역에서 만점을 받은 유일한 여학생은 판타지 소설광이었다고 한다.
우리말로 된 책읽기에 푹 빠지는 것, 그것이 주는 즐거움을 모른 채 수능시험에서 우리말의 어려움만 뼈아프게 느끼도록 만드는 교육이 계속된다면 국어교육의 장래는 더욱 어두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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