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사진을 아스라한 추억으로만 보기에는 마음이 편치않은 때다.
총을 쏘는 여고생. 한창 감수성 예민한 시기에 심각한 표정으로 총을 겨누고 있는 모습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다.
현재의 시대적 코드와 맞지 않는다고 이를 매도하거나 욕할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고 있는 요즘, 얼마전 TV에서 본 한 장면과 오버랩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차도르로 몸을 감싼 채 AK소총을 들고 바그다드 시내를 행진하고 있던 이라크 여성들…. 지금 그들은 비록 총을 쥐고 있지만, 자신과 그들 가족을 앗아갈지 모르는 전쟁의 공포와 두려움에 떨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1970년대 초반. 얼룩무늬 교련복의 가슴에 '멸공'이란 명찰을 달고 입으로는 '충성'이란 구호를 크게 외치던 시절이었다.
그때 우리의 가슴에는 분명히 동족에 대한 적개심과 공격심리로 불타고 있었다.
학교운동장은 군대 신병훈련소를 방불케했다.
운동장에는 '하나 둘…'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학생들이 줄지어 행진하고…. 남학생들은 플라스틱 가짜 총을 들고 집총훈련을 받았고, 여학생들은 간호가방을 메고 구급훈련을 받았다.
한 40대 여성의 회고. "교련복을 입기가 얼마나 싫었는지 몰라요. 멋없는 교련복의 상의를 허리안에 넣고나면 엉덩이가 커다랗게 보여 너무 부끄러웠어요". 순전히 미용적인 관점의 불만이지만, 삶의 꿈을 키워가야 할 시기에 군사문화에 휩싸여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고역인가. 교련복은 95년말 없어졌지만 교련 과목은 아직도 선택과목으로 남아있다.
다시는 이땅에 전쟁이 없어야 할텐데….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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