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이 장기화 조짐을 보임에 따라 소비심리가 급속히 위축돼 대구경제가 다시 얼어붙고 있다. 특히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유동인구가 줄어든 중앙로 인근은 상가뿐만 아니라 개인병원, 약국, 은행, 서점, 학원 등 전업종이 매출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가의 매출감소로 은행고객이 줄고, 병원의 손님이 줄어들면 약국의 처방전 손님이 감소하는 등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봄이 사라진 대구경제의 현장을 점검해 본다.
◇최근 경기침체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인터넷 쇼핑몰에서 중고품 거래가 늘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 경매업체 옥션의 유아.아동용 중고품 거래량은 작년 8월 1천400여개이던 것이 올 1월 2천820여개로 늘었고 2월에는 3천개를 돌파했다. 중고품 거래가 활기를 띄자 중고차를 온라인으로 거래하는 인터넷쇼핑몰 롯데닷컴(www.lotte.com), 한솔CS클럽(www.csclub.com) 등이 운영되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체감경기가 8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5일 중소기업청이 소상공인 990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지난 2월 체감경기지수는 78.4로 전월(81.6)보다 낮아졌고, 대구의 BSI는 59.3으로 급격한 경기 악화를 반영했다.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는 지난해 7월 이후 계속해서 100을 밑돌면서 작년 9월 99.9, 10월 94.9, 11월 89.7, 12월 87.0, 1월 81.6 등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체감경기지수를 업종별로 보면 전 업종이 100미만을 기록했으며 특히 숙박 및 음식점업(73.4) , 운수.창고 및 통신업(73.3) 등은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역 섬유업계도 수익성 악화로 전액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거나 부도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면방업체 갑을은 내부결산결과 자산총계 4천366억원에 부채총계 6천328억원으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천962억원을 기록, 자본전액잠식으로 잠정 확정됐다. 갑을은 지난해 매출액이 2천363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40.9% 감소했으며 2천37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6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이밖에도 이달들어 지역의 4개 섬유업체가 부도를 냈다. 섬유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 섬유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부실 업체들의 처리가 지연되면서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개인병원=하루 100여명의 환자들을 진료하던 A병원은 요즘 오후에도 한가한 편이다. 병원을 찾는 환자가 이전보다 절반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병원의 한 관계자는 "환자들이 인근에서 걸어오기 불편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 최근 경영이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환자가 3분의 2정도 감소한 B병원장은 주로 버스를 이용하던 손님들이 아예 발길을 끊었다고 주장한다.
◇약국=버스 승강장과 가까운 A약국은 200여명이던 손님이 요즘 50-60명으로 줄어들었다. 인근 병원 처방전 손님이 줄어든 데다 통행인 감소로 일반약품 판매가 격감했다. 손님이 이전보다 40%정도 줄어든 B약국은 보통 오후 11시까지 영업을 했으나 최근 오후 8시30분경에 문을 닫는다.
◇은행=A은행의 경우 요즘 고객이 절반으로 줄면서 매출도 그만큼 감소했다. 식당, 의류상가 등 인근 상인들의 입금액도 이전의 3분의 1로 줄었다. 고객이 감소한 만큼 수수료 수입도 절반으로 줄어든 형편이다.
◇서점·학원=A서점의 경우 젊은층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손님이 이전의 50%에 불과한 실정이며, 매출기준으로 볼 때 30%정도 감소했다. B학원의 경우 한달에 1천300명선이던 수강생이 최근 1명이하로 줄어들었다.
◇주유소 손님 감소=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이달 대구지역 주유소들의 기름 판매량도 평균 10%정도 줄었다. 따라서 주유소 손님들은 20%안팎 감소했다. 시내 주유소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으며 주유량도 감소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여행 자제=해외 여행객 감소는 특히 중국행에서 두드러져 중국국제항공(CA) 동방항공(MU) 북방항공(CJ) 등 중국행 여객기의 대구공항 탑승률이 평소 70%대에서 60%대로 떨어진 반면 예약 취소율은 20%대로 평소보다 10% 가량 늘었다.
법무부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20~24일 사이 대구공항 출국자는 788명(내국인 685명, 외국인 103명)으로 전쟁 전 13~17일 사이의 1천62명(내국인 948명, 외국인 114명)보다 30% 이상 줄었다. 대한항공은 당초 4월 2일 계획한 대구-옌타이 하계 노선운항을 4월 30일로 일단 연기했다. 경기침체로 해외 골프여행을 떠나려는 승객들이 예상보다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편 대한항공은 항공기 안전을 위해 주2회 운항하던 인천-두바이-카이로 노선을 24일부터 한달간 중단했다. 또 인천-로마 노선운항은 30일부터 약 1개월간 중단할 예정이다.
민병곤기자minbg@imaeil.com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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