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철밥통' 금배지

당권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제왕적 총재가 없어진 마당에 여야의 개혁 작업도 지지부진해 국회의원직이 '철밥통'이 될지 모른다는 견해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 경기 안산 지구당위원장직을 사퇴한 민주당 천정배 의원은 지구당위원장의 기득권을 유지시키는한 정치권의 신진대사나 세대 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4년 내내 지구당을 관리하며 당원을 장악하는 지구당위원장직을 그대로 둔채 상향식 공천을 하면 현 위원장 마음대로 후보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

천 의원은 27일 불교방송에 출연해 "국민과 당원이 주인이 되는 참된 참여 민주주의 정당을 만들려면 지구당위원장의 기득권 폐지를 전제로 당원과 일반 국민이 공직후보 선출, 당 지도부 선출, 정책 결정과 같은 당의 주요 결정에 참여해 상향식 의사 결정을 해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강철 민주당 조직강화특위 위원도 "지구당위원장의 기득권을 그대로 인정하고 상향식 공천을 하면 이변이 없는한 현 위원장이 국민참여 경선에서 모두 이길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주장은 한나라당에서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의원은 "당 개혁안에 상향식 공천안이 포함되자 '국회의원을 대대로 세습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당원과 일반 국민의 참여 비율이 어떻든 투표 방법이 민주당 안처럼 직선이든 한나라당 안처럼 우편투표이든 결과는 마찬가지란 얘기다.

이에 대해 이견을 다는 의원은 거의 없다.

그래서 의원들은 느긋하다.

지도체제 구성이나 지역대표 선출 방법에 대해 의원들이 격론을 벌이고 있으나 상향식 공천제를 문제삼는 의원이 별로 없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의원들 각자가 현재의 당 개혁안대로라면 내년 총선에서 자신의 공천은 이미 담보돼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강력한 리더가 없는 현실에서 공천을 통한 정치권 물갈이가 가능하려면 지구당위원장제를 폐지하거나 최소한 중립적인 인사가 지구당관리위원장이 돼 상향식 공천 업무를 맡는 방안뿐인 셈이다.

최재왕(정치2부)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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