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빛 평생교육 봉사단

"힘닿는 날까지 가르치고파"

금빛 평생교육 봉사단은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지식을 축적한 퇴직자들이 학교나 육아시설, 복지시설 등에서 평생교육 강사로 활동하는 조직. 지난해 5월 처음으로 대구에서 출범한 뒤 전국적으로 번졌고 이번에 두번째 발대식을 갖게됐다.

2기 참가자는 모두 124명. 교사 출신이 78명으로 가장 많고 민간전문가 29명, 공무원 출신 14명, 교수 출신 3명 등이다. 각 분야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람들도 적잖다. 55세 이상이라야 참가 자격이 있으므로 연령 분포도 50대 후반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사실 지난해 1기 발대식 때는 미심쩍어하는 눈길도 적잖았다. 젊은 사람들도하기 쉽잖은 일들, 더구나 까다롭기 짝이 없는 요즘 어린이와 학생들을 대하는 일이라면 60대들이 과연 얼마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복지관, 어린이집 등에서 한글과 논술을 가르쳤다는 박노미(67·여·전 신기초교 교장)씨는 "짐작으로 판단하지 말라" 고 했다. "배우는 어린이들보다 내가 먼저 나아가 너무 많은게 아닌가 싶어 쑥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어린이들은 '할매'라며 편하게 다가왔어요. 사랑을 갖고 가르치다 보니 애들은 물론 학부모들도 좋아하더군요. 고맙다며 올해도 와달라는 편지를 여러 통 받았습니다"

봉사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은 의외로 많았다. 중앙도서관 평생교육정보센터가 대구 64개 기관을 대상으로 자원봉사 수요를 조사했더니 무려 1만5천회 이상 도움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어린이 상담, 한글·한자·외국어 교육, 예절교육, 다도, 서예, 사물놀이, 야생화, 과학, 상담, 부모교육 등 분야도 각양각색이었다. 100여명의 퇴직자들은 자신이 평생에 걸쳐 닦아온 전문 기술, 취미 분야 등을 바탕으로 활동에 뛰어들었다.

전문성에다 보수를 바라지 않는 봉사 정신, 자신과 배우는 대상 모두를 존중하는 자세 등이 어우러지자 수요기관과 봉사 대상자들은 대부분 대만족을 표시했다. "우리가 더 즐거운 마음으로 학생들을 대하죠. 평생을 해온 일이지만 좀 더 잘 가르치기 위해 요즘도 연구하고 노력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학생들은 금세 따라오질 않아요. 어떨땐 밤새워 연구하기도 합니다."

보육교사 출신 으로 동화구연 활동을 하고 있는 이요시자(62·여)씨의 목소리는 젊은 동화구연 강사들 못잖게 맑았다.

평생교육정보센터 관계자는 "다도나 예절교육 등에는 수요에 비해 봉사자가 극히 부족해 봉사단원들이 목이 쉴 정도로 강의하고 다닌다" 고 했다. 또 많은 숫자를 대상으로 하는 강의는 어렵지만 소수 개별 교육, 부진아 상담 및 지도 등에서는 젊은 교사들보다 오히려 낫다는 평가가 많다고 했다.

봉사활동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은 봉사단원들 스스로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박노미씨는 "집에서 한두 해 놀 때는 몸이 점점 무겁게 느껴졌는데 어린이들과 지내다보니 갈수록 젊어지는 기분" 이라며 "힘들다고 말리던 가족들이 요즘 들어서는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상황이라 건강이 닿을 때까지 계속할 생각" 이라고 했다.

1기 봉사단장을 맡았던 권오조(73·전 성광고 교장)씨는 "나이든 사람들에게 새로운 인생을 즐겁게 개척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만으로도 봉사단의 존재의미가 있다" 며 "모두들 현직에 있을 때보다 보람은 더 크게 느끼는 것 같다" 고 했다.

그러다 보니 1기 봉사단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대부분이 2기에 그대로 지원했다. 다른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주고자 할 수 없이 2기 단원은 정원인 100명을 넘어 124명이나 선발했지만 "1기 때 열심히 했는데 2기에는 왜 뺐느냐" , "봉사단 소문을 듣고 찾아왔는데 왜 뽑아주지 않느냐" 등 불만의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아무리 인기라고 해도 봉사단 운영에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다. 할 수 있는 일이 뻔히 보이는데도 나이가 들었다 하면 제아무리 전문인력이라고 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기관들이 아직 많다는 게 가장 큰 문제. 이른바 수요처를 개발하는 일이 여전히 쉽잖은 상황인 것. 노인 인력을 활용하려는 국가적인 고려나 지원도 미약하다.

금빛 봉사단은 지난해 교육부가 전국 평생교육정보센터에 결성을 독려하고 실비 수준의 교통비까지 지원했지만 올해는 아직 예산 지원 여부조차 결정하지 않은 상태.

그래도 봉사단원들은 아랑곳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어떤 때는 교통비 받는 걸로도 모자랄 만큼 다닐 곳이 많은데 교통비 생각하면 집에 있는게 낫다"는 그들. "젊을 때보다 더 바쁘게 산다" 는 그들의 눈에는 물질적으로 계산할 수 없는 많은 의미들이 빛나고 있었다.

김재경 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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