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황...흔들리는 인생설계

포항공단 ㄱ사 직원 김경호(29)씨와 인근 업체에 근무하는 이은진(27)씨 커플은 올봄 결혼하기로 했다가 내년으로 연기했다.

예비 부부 박모(28.ㅅ은행원) 윤모(28.대학원생)씨 커플도 5월중으로 계획한 결혼식을 가을 이후로 미뤘다.

또 오는 2학기 박사과정 진학을 결심했던 초등학교 교사 안선미(32.여)씨는 최근 슬그머니 계획을 접었다.

후원을 해 주기로 했던 남편 강모(36.증권사 직원)씨의 회사내 입지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

포스코에 다니는 김모(37) 대리는 당초 5월중 휴직하고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9월 MBA 과정에 진학키로 했으나 생활비 감당이 어려워지자 혼자 떠나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이라크 전쟁 장기화 우려 등으로 향후 경기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지고 일부에서 주5일 근무제 법제화 이전 고용구조 조정을 검토하는 등 경제위기론이 제기되면서 결혼.진학과 관련한 젊은층의 장래설계가 덩달아 흔들리고 있다.

이런 고민을 하는 부류는 주로 직장생활 2∼5년차 정도의 젊은이들로, 미국 등지로 MBA과정이나 로스쿨 진학을 계획했던 직장인들 중 상당수가 휴직 등에 따른 회사측과의 마찰이나 경제적 문제 등을 이유로 중도포기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것.

부산의 ㅎ유학 알선업체 간부 김성배(48)씨는 "올봄을 전후해 유학길에 오르기로 했던 직장인 신청자 140여명중 30% 이상이 중도 포기했다"며 "대부분 학비 및 생활비 지원 등 경제적인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장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인생진로를 수정하기는 사회진출을 눈앞에 둔 대학 강의실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창업을 준비중인 경북대 4학년 박성국(25)씨는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경기악화로 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지자 아예 취업은 포기하고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울산의 모 대학 관계자는 학교 주변 소형 커피숍과 카페, PC게임방, 만화방 등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업소의 주인들 중 20% 가량이 대학 재학생이거나 갓 졸업한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경성대 행정학과 강대창 교수는 "일시적인 경기퇴조로 인해 유망한 젊은이들이 소시민으로 전락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특히 기업은 어려울 때 일수록 인재개발 관련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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